[기고]지동설과 수소연료전지

전영택 인천연료전지(주) 사장
  • 등록 2019-08-09 오전 5:15:00

    수정 2019-08-09 오전 5:15:00

“사람들은 누구나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선입견과 편견이 그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을 쫓아 버릴 수 있는 개가 한 마리 있는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개다”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역사적으로 편견과 선입견이 과학을 배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천동설일 것이다. 천동설은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가 정립한 이론으로,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고 태양을 비롯한 다른 천체들은 지구 둘레를 회전한다는 이론이다.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받아 들여져 교리에 준할 만큼 확고히 자리 잡았고 이에 대한 도전은 이단으로 여겨 엄중히 처벌했다.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관측 자료들이 계속 나타났지만 무려 1400여 년 동안 용기 있게 지동설을 주장하는 학자는 없었다.

1543년이 되어서야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을 출간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는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했고, 지동설을 주장한 이탈리아의 사상가 조르다노 부르노는 1600년 2월에 화형 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저서를 통해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1633년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마지못해 천동설을 인정했지만, 법정을 나서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지동설이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이지만, 천동설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는 과정은 이처럼 지난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은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종종 반대에 부딪힌다. 최근 국내에 새로 도입되고 있는 연료전지가 그런 예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료전지발전은 2006년 분당연료전지가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연료전지를 검증되지 않은 설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1839년에 영국 물리학자인 윌리엄 그로브에 의해 발명된 이후 오랜 기간 기술개발과 안전성·친환경성 검증을 거쳐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탑재되었으며, 지금은 우주선의 전력 및 식수 공급원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발전용, 가정용, 차량용 등으로 상용화되었다.

연간 3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내 초고층 건물인 잠실롯데타워 지하에는 연료전지 2기가 설치·가동되어 태양광발전과 함께 건물 사용전기 15%를 생산하고 있다. 아파트·타운하우스 등 주거시설, 호텔, 학교, 도서관, 관공서 등 다중이용시설 곳곳에 연료전지가 설치되어 있다. 9.11 테러 이후 재건축한 미국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도 연료전지가 설치되어 있다. 연료전지가 위험하고 유해한 시설이라면 WTC와 같은 상징적인 건물 내에 설치될 수 없었을 것이다.

건물용으로 출발한 연료전지가 규모를 키워 도심형 분산전원 역할을 하는 발전용 연료전지로 확대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제급전 위주의 방식에서 환경과 안전을 우선하는 분산전원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연료전지의 안전성, 환경성은 감정적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가려야 할 문제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무조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소가 미래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지역에서 반대하는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가 수소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 사업자, 주민들은 소통을 통해서 갈등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고 수소사회의 길을 여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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