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촌도 모르는데 6촌 회사를 신고?"…시대착오적인 대기업 규제

총수 중심 혈족6촌·인척 4촌까지 자료 제출
3세대 총수 시대엔 선단 경영 사례 많지 않아
형제의 난 등으로 분쟁발생시 가족간 연락없어
  • 등록 2020-02-17 오전 5:00:00

    수정 2020-02-17 오전 7:14:2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외손녀가 깜박하고 보유 주식 신고를 일부 누락한 탓에 검찰조사를 받을 뻔했다.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가 남편이 운영하는 GF솔라, 그린리빙, C솔라 등 3개사에 투자하고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롯데그룹도 장 전무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비상장사 지분까지 파악할 방법은 없었다. 장 전무가 투자한 지분은 수백만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동일인(총수)은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보유 지분 등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일인의 확인을 거쳐 자료를 제출하기 때문에 허위 자료가 있다면 동일인이 고발 대상이 된다. 신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해당 사건의 심의는 종결됐다.

공정거래법 68조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경우 총수의 6촌 이내 친족(인척은 4촌 이내)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주의 주식소유현황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의 보고를 할 경우 총수를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효력이 미치지 않는 형사처벌 규정이다. 재벌의 무리한 확장 및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산업구조 등 경제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이같은 규제를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지다. 경영계에서는 입법 취지는 존중하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의가 상해 형제간에도 서로 연락도 안하고 있는데 4촌이나 6촌이 어느 기업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로펌 한 관계자는 “과거에야 총수일가가 계열사 사장을 하는 등 선단식 경영을 했기 때문에 혈족 6촌까지 범위를 넓혀 규제를 강화했지만 3세대 총수가 나오고 형제의 난 등이 터지면서 총수일가의 관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면서 “과거 같은 잣대를 지속 적용해야할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거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형사고발 대신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 조치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문제가 됐다. 법규정만 보면 보유지분 허위 신고나 누락행위 대한 판단은 ‘무혐의’ 또는 ‘고발’ 조치만 가능하다.

검찰은 지난 2018년 공정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판단해 경고조치로 갈음하는 등 봐주기 제재를 했다며 대대적으로 공정위 및 대기업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월초 경고처분 근거 마련과 관련해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이 토의를 했다”면서 “결론이 나는 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전경(사진=롯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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