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는 최근 신간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를 출간했다. 총 12권으로 기획한 ‘한국인 이야기’의 첫번째 책이다. ‘탄생’을 주제로 한 책은 태명·어부바·옹알이 등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문화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돼가는지 이야기를 보따리를 풀어냈다. 2009년 중앙일보에 50일동안 매일 연재했던 글과 KBS에서 10회에 걸쳐 진행했던 인문학 강의 ‘백년 서재’의 내용을 엮었다.
이 교수는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며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누군가가 새롭게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진짜 ‘한국인 이야기’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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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앉는 그 자리가 곧 강의실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학다식하다. 1962년 경향신문 연재물을 모아 낸 첫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후 60년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젊음의 탄생’ ‘생명이 자본이다’ 등 문화와 시대를 통찰하는 저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 어디에서 왔니’는 우리가 어린 시절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한다. ‘태명 고개’를 시작으로 배내·출산·삼신·기저귀·어부바·옹알이·돌잡이·세 살·나들이·호미·이야기 등 12가지 고개로 이어진다. 내용이 ‘기승전결’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느 대목을 읽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01, 02, 03 등의 번호를 달아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다.
“한류라고 하는 건 대게 남의 나라에 없는 것이 세계에 알려지는 거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막문화’다. 막걸리, 막국수, 막이름 등 잡이야기야 말로 한국인의 이야기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로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했는데, 한국인의 근원은 ‘호모 나랑스(Homonarrans·이야기하는 인간)’다. 로마에는 ‘로마인 이야기’가 있듯이 한국인을 위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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