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마지막은 '이야기꾼'으로 남고싶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인터뷰>
12권으로 기획한 '너 어디에서 왔니' 출간
첫 시리즈 '탄생'…12가지 이야기 고개 담아
  • 등록 2020-02-24 오전 6:00:00

    수정 2020-02-2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는데 마지막은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다. ‘한국인 이야기’가 출간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77세 희수(喜壽)에 쓰기 시작해서 88세 미수(米壽)에 늦둥이를 본 셈인데 그야말로 혹독한 산고 끝에 이뤄진 ‘탄생’이다.”

이어령 교수는 최근 신간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를 출간했다. 총 12권으로 기획한 ‘한국인 이야기’의 첫번째 책이다. ‘탄생’을 주제로 한 책은 태명·어부바·옹알이 등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문화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돼가는지 이야기를 보따리를 풀어냈다. 2009년 중앙일보에 50일동안 매일 연재했던 글과 KBS에서 10회에 걸쳐 진행했던 인문학 강의 ‘백년 서재’의 내용을 엮었다.

이 교수는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며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누군가가 새롭게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진짜 ‘한국인 이야기’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역사책에 나오지 못하는 평범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젊은이들이 책을 통해 ‘나의 발견’ ‘생명의 발견’ ‘한국인의 발견’ 등 세 가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DB).


암 투병 중에도 불태운 집필 열정

그간 무리한 집필로 머리 수술을 받았고, 암으로 인해 두 차례 큰 수술까지 감행해야 했다. 컴퓨터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남이 써 온 원고를 구두로 고치면서 책을 완성했다. 올해에만 3권이 더 나오고, 이후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주변에서 총 12권짜리 책을 완성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을 많이 하더라”며 “그간 해왔던 이야기를 정리하는 거라 기본적인 원고는 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앉는 그 자리가 곧 강의실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학다식하다. 1962년 경향신문 연재물을 모아 낸 첫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후 60년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젊음의 탄생’ ‘생명이 자본이다’ 등 문화와 시대를 통찰하는 저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 어디에서 왔니’는 우리가 어린 시절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한다. ‘태명 고개’를 시작으로 배내·출산·삼신·기저귀·어부바·옹알이·돌잡이·세 살·나들이·호미·이야기 등 12가지 고개로 이어진다. 내용이 ‘기승전결’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느 대목을 읽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01, 02, 03 등의 번호를 달아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다.

한국인들은 보통 출산 전까지는 아이 이름을 정하지 않기 때문에 ‘태명’으로 부른다. 서양 문화권에는 원래 태명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우리처럼 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태명에 가까운 애칭이나 별명을 붙이는 새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 해외 엄마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포대기를 활용한 ‘포대기 육아법’이 유행하고 있단다. 이 교수는 태명과 포대기를 또 하나의 ‘한류’라 칭한다.

“한류라고 하는 건 대게 남의 나라에 없는 것이 세계에 알려지는 거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막문화’다. 막걸리, 막국수, 막이름 등 잡이야기야 말로 한국인의 이야기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로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했는데, 한국인의 근원은 ‘호모 나랑스(Homonarrans·이야기하는 인간)’다. 로마에는 ‘로마인 이야기’가 있듯이 한국인을 위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써보고 싶었다.”

책 ‘너 어디에서 왔니’(사진=파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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