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韓에선 규제에 꺾인 빈집 재생…日선 정부 지원에 날개

빈집 빌려 리모델링 후 재임대 사업 인기
집값 싼 지방에선 집 구매후 리모델링 임대도
카리아게 프랜차이즈…사업모델도 다양화
日정부 규제 완화로 빈집 활용 가능성 높여
  • 등록 2020-02-25 오전 5:00:00

    수정 2020-02-25 오전 5:00:00

[일본 요코하마 =글·사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가동률 100%. 사업은 순조롭습니다.”

일본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주식회사 루비스(Roovice)의 후쿠이 노부유키(사진) 사장은 빈집을 빌려 리모델링한 후, 이를 다시 제3자에 빌려주는 ‘카리아게’ 사업을 하고 있다.

리모델링 비용을 루비스가 전액 부담하는 대신, 루비스는 6년간 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권리를 얻는다. 6년간 얻은 임대수익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보전하고 집주인에게도 임대수입의 10%를 보장한다. 이후 남는 수익은 루비스의 몫이다.

골칫거리 빈집이 꼬박꼬박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되돌아오자 반응은 뜨겁다. 2015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어느새 카리아게 주택은 50채를 돌파했다. 연간 공실률은 3%로, 임차인이 바뀌는 등의 사유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공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다.

2018년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일본 내 빈집 수는 849만개. 전국 주택 중 13.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카리아게 프랜차이즈…사업모델도 다양화

후쿠이 사장 역시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해온 만큼 자연스럽게 빈집에 눈길이 갔다.

그중에서도 지은 지 30년 지난 옛집들을 사업 대상으로 한 것은 갈수록 낡아가는 빈집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소유주들을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은 집이라면 남에게 가격을 낮춰 임대하는 등 공실 상태를 해소할 수 있지만, 지은 지 30년이 넘어가는 오래된 빈집은 소유주 혼자 힘만으로는 용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쿄 스기나미구의 학생용 기숙사였던 빈 집을 리모델링해 2세대가 살 수 있는 공동주택으로 만든 ‘에이후쿠의 집’ [사진=루비스 제공]
일본은 새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주택 상태가 표준화가 되지 않은 단독주택의 경우,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통해 개성과 쾌적성을 확보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그는 “아이가 있는 가족들은 오히려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루비스는 도쿄 23개구 내 빈집만 취급한다. 그러나 카리아게 모델에 관심을 가지는 사업자들이 늘어나자 2016년 사업모델을 공유하는 ‘카리아게 JAPAN’이라는 프랜차이즈도 설립했다. 설계사무소나 건축회사, 부동산중개업 회사 등 17개사가 프랜차이즈에 참여해 사업지역은 15개소로 늘어났다. 당연히 지역 사정 등에 따라 사업 모델도 다양해졌다.

△빈집 중개 사이트 ‘아키야 게이트웨이’. 빈 집을 100엔짜리와 100만엔 짜리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사진=아키야 게이트웨이 홈페이지 캡처]
후쿠이 사장은 “도쿄는 임대료가 높지만 다른 지역, 특히 지방은 임대료가 낮은 반면 리모델링 비용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카리아게 모델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카이아게’ 방식이 더 인기다. 카리아게가 빈집을 ‘빌려서’ 리모델링한 후 재임대하는 데 비해 카이아게는 빈집을 ‘사서’ 리모델링한 후 빌려준다. 지방에서는 빈집 소유주가 사줄 사람만 있다면 아주 싼 가격에도 집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후쿠이 사장은 지난해 7월 빈집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아키야 게이트웨이’(빈집 게이트웨이)라고 명명한 이 사이트는 ‘100엔’과 ‘100만엔’ 두 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팔고 싶은 빈집을 소개한다.

아직 사업 초기이지만 매물이 올라올 때마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미야기현 소재 한 집은 100엔에 매물이 올라와 70여명이 매수 의사를 밝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주인들은 세금 등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빈집을 내놓는다.

후쿠이 사장은 “100엔짜리 집이라고 하면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되지 않나”며 “100엔과 100만엔이라는 직관적인 가격 설정으로 관심을 끈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루비스는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빈집 데이터를 공유하는 업무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 통해 빈집 활용 가능성 높여

일본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빈집 활용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비어 있는 고택(故宅) 6개를 리모델링해 연결한 뒤 하나의 호텔로 탄생시킨 효고현 아사고시의 ‘타케다성죠카마치호텔EN’은 일본 정부가 1층에는 반드시 프런트를 설치하고 최소 숙박객실을 지켜야 한다는 여관업법을 개정한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오래된 빈집이 마을 명물로 자리잡으면서 관광객이 늘어나자 마을도 활기를 되찾았다.

고택 6채를 연결해 호텔로 개조한 효고현 아사고시의 ‘타케다성죠카마치호텔EN’ 사진제공=타케다성죠카마치호텔EN
민박 규제를 완화하자 시골 빈집을 숙박시설로 개조해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집주인이 반드시 실거주해야 한다’는 농어촌민박업법 규제에 막혀 결국 사업을 접은 숙박스타트업 ‘다자요’의 사업모델을 일본에서는 농촌민박, 어촌민박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장려하고 있다.

‘ADDRESS’라는 회사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바꾼 뒤 가입회원들이 ‘아무 집이나 골라서 사는’ 구독형 숙박사업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축기준법·지역재생법 등 잇따란 개정으로 빈집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대기업들도 잇따라 빈집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대기업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인 스미토모부동산은 올해부터 단독주택을 단순히 리모델링하는 것을 넘어 쉐어하우스나 민박 시설, 사회복지시설, 공유오피스 등으로 ‘용도변경’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빈집 비즈니스 활성화가 빈집 대책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후쿠이 사장은 “의뢰가 들어오는 주택 중 리모델링이 가능한 곳은 10개 중 2개 정도”라며 “기둥이 썩거나 철근이 녹이 쓴 경우는 아예 집의 내구성 자체가 손상돼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빈집을 빈집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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