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모빌리티 혁신, 이제부터가 시작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 등록 2020-03-16 오전 5:00:00

    수정 2020-03-16 오전 5:00:00

지난 6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택시와 플랫폼 간 상생을 위해 지난해 7월 17일 정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반영한 법안으로 플랫폼 기업이 차량을 확보해 직접 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운송사업, 택시와 가맹계약을 체결해 운송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는 플랫폼가맹사업, 플랫폼을 통해 여객운송을 중개하는 플랫폼중개사업 등의 제도를 담고 있다. 이를 계기로 11인승 렌터카 기반 유사택시 서비스 역시 제도권 틀 안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쏘카와 VCNC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어온 ‘타다 베이직’의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수년간 모빌리티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는 오랜 기간 시민의 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승용차 보급이 확대되고 대중교통이 확충되면서 점점 점유율을 잃어갔다. 반면 더욱 친절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는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로 나타났다.

시작은 미국의 승차공유 기업 우버가 2013년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부터였다. 우버엑스는 개인 승용차로 제한 없이 택시와 유사한 영업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택시면허는 일종의 권리금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인데, 권리금을 내지 않고 장사를 한다니 택시업계가 당연히 반발했다. 법에도 저촉됐기 때문에 우버 대표는 벌금형을 받았고 결국 우버엑스는 2015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해 2018년 말 카풀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카풀의 경우 유상운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택시업계는 극심하게 반발했다. 정치권 주선으로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만들어졌고 수차례 지루한 협상 과정이 이어졌다.

대타협 결과 카풀은 오전과 오후 각 2시간만 운행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대신 ‘규제혁신형플랫폼 택시’가 만들어졌다. 현행 택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차량 외관이나 요금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길을 플랫폼에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오랜 진통 끝에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고 제도권 내에서 혁신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2018년 가을. 쏘카와 VCNC는 11인승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상의 예외규정을 이용해 11인승 승합차로 ‘택시면허 없이’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카풀 논란 속에서도 타다는 견조하게 서비스를 확대했다.

소비자들의 평가는 좋았으나 당연히 택시업계는 극렬하게 반발했다. 타다가 법적으로 인정받는다면 유사한 서비스가 대대적으로 출현할 것이고 택시업계는 한꺼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국회는 타다 역시 사회적 대타협의 취지에 따라 제도권 안에 들어와 서비스하도록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타다라는 서비스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의미 있는 자극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친절하고 안전한 서비스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수요층이 있다는 점도 확인시켜 줬다. 타다의 등장으로 위협을 느낀 택시업계가 자생적으로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간접적 성과였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우여곡절 끝에 규제의 모호함은 제거됐다. 이제 명확해진 제도 안에서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혁신이라는 것은 한 번에 성취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기존 이해관계자들과의 조화로운 노력 속에서 한 발씩 전진해 나갈 수밖에 없다. 개정된 법이 상생을 통한 모빌리티 혁신을 시작한 법으로 기억되려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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