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지시 인건비 보조"…일자리안정자금·고용유지지원금 중복지원 논란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업무 계약직 1월 중순에 채용
코로나19에 일자리안정자금 1인당 7만원 지급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 역할·성격 모호
  • 등록 2020-03-30 오전 5:00:00

    수정 2020-03-30 오전 8:08:47

[이데일리 김소연 조해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확산하면서 가장 먼저,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기존 지원책조차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이 대표적이다. 예산을 늘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책이 빠르게 수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파로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예산 확정 후 1월 중순 계약직 채용해 업무 지연

한시 사업으로 시작된 일자리안정자금은 전국에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사업주에게 인건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18년 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340만명에게 2조8407억원을 지급했다.

한시사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일자리안정자금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계약직을 대거 채용해 담당 업무를 맡겼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정규직 직원 150명과 계약직 703명이 일자리안정자금 지급업무를 담당한다.

올해 근로복지공단은 기존 직원들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각 지사에 배치할 계약직 직원 703명을 새로 채용했다. 문제는 이들의 채용 시기가 1월 중순으로 늦어지면서 일자리안정자금 집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이 12월 중순 확정돼 이를 담당할 계약직 채용도 이후에 시작됐다”며 “채용절차가 한달 정도 걸리다 보니 1월 중순 이후에야 담당 직원들을 지사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정규직 직원들도 업무를 맡아서 했지만 설 연휴가 1월말에 있어 일손이 부족한 탓에 일자리안정자금 지급이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부정수급자 증가로 인해 신청서류를 다시 받으면서 업무량이 늘어 일자리안정자금 지급이 늦어지는데 한 몫을 했다. 고용노동부는 부정수급 적발을 위해 올해 1,2월중 사업장의 최저임금 준수여부, 사업장 규모, 소득 등 수급자격을 재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계획
수시로 바뀌는 제도에 혼선 가중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내용이 자주 변경되는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5인 미만 15만원, 5인 이상 13만원씩 지원금을 책정했으나 올해는 5인 미만은 11만원, 5인 이상은 9만원으로 지원 금액을 줄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2019년 대비 2.9%로 결정되는 일자리안정자금제도 유지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확대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부는 줄였던 지원금을 다시 증액했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방안을 담았다.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은 당초 2조1647억원에서 2조6611억원으로 4964억원 늘어났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약 230만명)를 계속 고용하는 영세사업장에 한시적으로 1인당 월 7만원씩 임금을 추가 보조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4월부터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2월부터 소급해 5월까지 4개월간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같은 변경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혼선이 일고 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중 김모씨는 “일자리안정자금 7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뉴스를 보고 지사에 전화해 물어봤지만 ‘그렇게 결정된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담당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건지, 뉴스가 잘못된 건지 이해가 안될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에서 여러 대책이 급히 결정되면서 정책과 실제 집행간의 사이에서 업무가 지연돼 사업주들이 센터 등을 방문했다가 헛걸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모든 사업장에서 신규로 지원신청을 받고 있어 일부 지원이 늦어지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인건비 지원을 위해 추경 예산이 편성돼 공단의 행정력을 총동원해 신규신청서 처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4월말까지는 차질없이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 역할·성격 모호

게다가 일자리안정자금과 고용유지지원금 역할이 모호한 상태에서 중복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도록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노동자를 감원하지 않고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비슷한 성격의 지원금이 중복으로 도입된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두 달 만에 사업장 2만곳이 넘게 몰렸다.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부에 휴업·휴직 조치 계획 신고를 한 사업장은 2만1213곳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을 막기 위해 고용유지 목적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보다 다른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탓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시적으로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부작용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하는 것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의 당장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정책금융을 통한 대출 확대 등 유동성 지원을 신속하게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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