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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외눈 물고기, 세상에 나서다…오치규 '물고기의 꿈'

2017년 작
한지 수묵드로잉서 빠져나온 물고기떼
커팅한 강철에 붉은 안료 입힌 '입체'로
세상살이에 부딪치는 절절한 희망인 듯
  • 등록 2020-07-07 오전 4:05:00

    수정 2020-07-07 오전 4:05:00

오치규 ‘물고기의 꿈’(사진=갤러리나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가 만든 가장 복잡한 형상일 거다. 물고기떼가 부유하는 중이니. 게다가 붉다. 맑은 물을 적시고도 남을 만큼 붉다.

이 형상에서 오로지 그가 다녀간 흔적이라면 외눈 물고기. 지느러미도 아가미도 다 버리고 몸에 딱 하나 붙인 ‘외눈’만이 그가 남긴 자취일 테니.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는 늘 깨어 있는 수행자를 상징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작가 오치규(58·충남대 교수) 얘기다. 작가는 먹과 여백으로 세상을 빚어왔다. ‘먹선 하나의 여백’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먹으로 여백을 채우는 게 아니었다. 먹으로 여백을 비워내는 거였다. 그런 작가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게 있다면 물고기.

물고기는 작가에게 ‘절반의 세상’인 여백을 유영하는 유일한 생명체였다. 오죽했으면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나”라고 했겠는가. “무심코 하는 드로잉에서 물고기를 그리는 나를 발견한다”고.

그럼에도 놀랍지 않은가. 한지에 담백한 붓질로 한두 마리면 족하던 물고기가 입체로 한가득이니. 레이저로 커팅한 강철로 무장한 채 어디로들 가는 건지. 여백조차 그들의 그림자에게 맡겨 버리고. 그만큼 절절한 건가. ‘물고기의 꿈’(2017)으로 대신한 진짜 세상살이가 말이다.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일상’(日想)에서 볼 수 있다. 스틸에 도료. 100×100㎝.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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