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란]④해묵은 갈등 '실버·공동배송'으로 풀자

김용진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인터뷰
"단지에서 모아 전달하는 공동배송 체계 절실"
  • 등록 2021-04-20 오전 6:30:00

    수정 2021-04-20 오전 6:3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뿌리 깊은 주민-택배기사 간 갈등을 없애려면 공동배송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물류·교통 전문가 김용진(사진)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가 택배대란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강동구 A아파트 택배대란 사태 이후 이데일리와 가진 긴급인터뷰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과 택배기사 간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A아파트 사례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택배가 고객 손에 전달되는 ‘말단배송’ 단계를 전문화하는 공동배송 체계를 확립하는 일이 해결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 A아파트를 비롯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잊을 만 하면 ‘택배대란’이 발생하는 핵심 이유는 안전상 이유로 택배차량을 지상이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다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택배차량(탑차)은 높이가 걸려 지하 진입이 불가능하고, 지하 진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은 기사들이 허리를 깊이 숙인 채 작업할 수밖에 없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저상차량에서 허리를 숙인 채 수많은 물건을 나르는 것은 상당한 격무로 기사들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후진하는 택배차에 아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단지 내 안전사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된 A아파트처럼 대규모 단지의 경우, 현재 일부 택배사가 운영하고 있는 ‘실버택배’ 방식을 택배사들이 함께 활용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단지 내 지정된 곳에 A·B·C사 택배차량이 물건을 놓고 가면 실버기사들이 집집마다 갖다 주는 것이다. 한 날 한 가구에서 3사의 택배를 각각 수령하는 경우, 택배기사 3명이 단지에 트럭을 대고 물건을 들고 아파트를 각각 오르내려야 한다. 그럴 필요 없이 실버기사가 단지 내에서 한 가구에 갈 물량을 모아 갖다 주면 된다는 것이다. ‘실버택배를 활용한 공동배송’ 시스템이다.

김 교수는 “단지 내 배송 전담 인력이 있으면 A·B·C사 기사들은 주민들과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기사들의 영업권 때문에 단지 내 전담 인력을 두기가 힘들 수 있는데, 사회적기업 형태로 노인층을 고용한다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실버기사들과 일정 부분 수익을 공유해야겠지만 택배 물동량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말단배송 작업을 분업화함으로써 (택배기사들이) 얻는 게 더 클 것”이라며 “기사의 영업권·건강권을 보장하고 주민 안전을 지키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국내 택배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A아파트 사건 같은 대란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개발 단지는 언젠가 상용화될 ‘로봇 배송’ 등 장기적인 물류 인프라 구축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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