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추석 어떻게 버티나"…곡소리 나는 전통시장

최장 열흘 추석 황금연휴 앞둔 전통시장 르포
  • 등록 2017-09-27 오전 5:04:43

    수정 2017-09-27 오전 5:04:43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후암시장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김정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후암시장에서 17년째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1·여)씨는 최근 부쩍 걱정이 늘었다.

평소였으면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대목’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가게에 파리만 날리고 있어서다.

김씨는 “이번 추석 연휴는 열흘이나 돼서 해외로 다 나가는 것 같다”며 “추석 연휴에 쉬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할 필요는 없지 않았냐”며 울상을 지었다.

김씨만의 생각은 아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열흘이나 되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주변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62·여)씨는 “직장인들이 연휴 때 쉬기 때문에 식당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연휴가 한 달 중 30% 이상이어서 매출에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씨는 “봉급 받는 직장인들이야 많이 쉬면 해외도 가고 좋겠지만, 우리 같은 상인들은 솔직히 버겁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소비심리도 가라앉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한 107포인트를 기록했다. 현재와 비교했을 때 6개월 후 소비지출이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얘기다.

송편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떡집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68)씨는 “송편을 파니까 추석이 일 년 중 가장 대목인데 올해에는 판매량이 부쩍 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금쯤 예약 주문이 쇄도해야 하는데 잠잠하다”며 “손님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 같지만 그래도 대목을 쉴 수는 없어 열흘 내내 가게 문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후암시장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3·여)씨도 추석연휴를 앞두고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손님이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다고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다.

이씨는 “예년 같았으면 추석을 앞두고 추석상을 준비하려는 손님들이 2~3일 사이에 몰려서, 그 시기만 지나면 가게 문을 닫아도 매출에 큰 타격이 없었다”면서 “이번에는 손님들이 10일에 걸쳐서 조금씩 올 것 같아 연휴 내내 가게 문을 열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씨는 “요새는 인건비가 무서워서 아르바이트는 쓸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상인들의 예상처럼 실제 국민들 상당수가 추석 연휴 중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의 한 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표 예약 상황이 7~8월 성수기를 능가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아시아 노선의 예약률은 78% 수준이고, 유럽 노선과 호주 노선의 경우 각각 87%, 96%에 달한다고 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긴 연휴를 맞아 먼 해외에서 장기간 머무르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내국인이 많아질수록 내수,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해외에서 돈을 쓰는 만큼 국내에서는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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