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코카콜라도 넘보지 못한 맛…칠성사이다 68년사

1970년대 코카콜라 국내 진출하자
도매상 거치지 않고 직접 발품 납품
구멍가게 이윤도 높인 '윈윈 전략'
맑고 깨끗한 이미지에 196억병 팔려
  • 등록 2018-02-08 오전 6:00:00

    수정 2018-02-08 오전 6:00:00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칠성사이다’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소풍 가던 날 삶은 계란의 퍽퍽함을 톡 쏘는 음료 한 모금으로 해소하던 추억은 흔하다. 누군가는 1970년대 당시 최고 인기 가수 혜은이가 불렀던 “슈슈슈바 슈리슈바 칠성사이다”로 시작하는 CM송으로 이 제품을 기억한다. 초록색 병을 모아 동네 슈퍼에 판 돈으로 어떤 과자를 사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어느 아이도 있었다.

시대를 조금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어떤 답답한 일이 시원하게 처리되거나 누군가 나의 답답한 마음을 대신해 속 시원하게 얘기할 때 우리는 ‘사이다’라고 표현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칠성사이다 특유의 시원하고 짜릿한 맛은 시대를 관통해 무려 68년간이나 이어졌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신제품이 쏟아지고, 다양한 제품이 칠성사이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칠성사이다는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칠성사이다의 누적판매량은 약 196억병(340ml 기준)으로, 한 병당 23.4cm인 제품을 모두 이을 경우 약 460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약 38만km) 약 여섯 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가 된다. 지난해에는 단일품목으로 약 39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사이다 시장에서 70% 중반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칠성사이다가 이처럼 ‘국민 탄산음료’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맛의 노하우는 물론,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온 점이 꼽힌다.

◇7명의 다른 성, 7개의 별로…‘맑고 깨끗한’ 이미지 부각

칠성사이다는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50년 5월 9일 세상에 나왔다. 최금덕, 박운석, 방계량, 주동익, 정선명, 김명근, 우상대 등 7명의 주주가 1949년 12월 15일 세운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의 첫 작품이었다.

이들은 묘하게도 서로 다른 성을 갖고 있었다. 이 점에서 착안해 제품명을 ‘칠성(七姓)’으로 정하려하다 회사의 영원한 번영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별을 뜻하는 성(星)자를 넣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칠성(七星)’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순간이다. 새 제품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회사의 창립기념일도 1950년 5월 9일로 정했다.

그 후 칠성사이다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은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에서 ‘한미식품공업’(1967),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1973)를 거쳐 현재의 롯데칠성음료까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칠성사이다의 정체성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칠성사이다가 처음부터 대중적인 제품이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 제품 출시 초기만 해도 먹고 사는 문제가 더욱 급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칠성사이다는 소풍을 가거나 여행길에서나 마실 수 있는 고급음료에 속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칠성사이다의 연관어로 가장 먼저 ‘소풍’을 떠올리는 이유다.

칠성사이다 과거 광고이미지 (사진=칠성사이다)
당시 청량음료 시장에는 ‘킨사이다’나 ‘천연사이다’ 등 여러 사이다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칠성사이다는 사카린을 넣지 않은 ‘순수한 사이다’로 이름을 알리며 소비자가 가장 먼저 선택하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1957년 미8군 위생시험에 합격해 군납을 시작하고, 1966년에는 국내 음료업계 최초로 해외에 수출하며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에는 백마부대의 월남파병과 함께 월남 수출 길에도 올랐다. 이는 한국 최초의 음료 수출로 꼽힌다.

1970년대 다국적 콜라기업이 국내에 진출하자 칠성사이다는 ‘루트 세일 방식’의 판매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루트 세일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조업체 직원이 전국의 구멍가게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물건을 공급하는 형태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방법을 통해 판매망을 넓히고, 소매상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윈-윈(win-win)’ 전략이었던 셈이다.

칠성사이다가 한 단계 성장한 시점은 1990년대다. 당시는 고도 성장기라 음료소비가 증가했고, 캔 커피와 스포츠음료 등 다양한 음료가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수많은 종류의 음료와 수입 브랜드들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그야말로 ‘음료 춘추전국시대’였다.

칠성사이다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광고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를 통해 ‘맑고 깨끗하다’는 칠성사이다 특유의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타 음료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 맛 차별화·유연한 대응으로 변화에 대처하다

시장에서 장수하는 브랜드의 공통된 특징은 우수한 제품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칠성사이다 역시 68년간 쌓아온 제조공정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맛이 장점으로 꼽힌다.

우선 칠성사이다는 우수한 물 처리 시설을 갖추고 물을 순수하게 정제한다. 아울러 레몬과 라임에서 추출한 천연 향 만을 사용하고 이를 적절히 배합해 탁월한 향미를 유지한다. 특히 인공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향미가 뛰어나지만 합성향료, 합성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고급스러운 품질은 맛과 건강을 동시에 고려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칠성사이다를 자꾸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입맛이 의외로 보수적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과자나 라면 류의 경우에도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한때 반짝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결국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제품으로 소비가 돌아오는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칠성사이다는 68년에 걸쳐 196억병 이상이 팔려나갔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맛이라는 의미다.

장수하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을 넘어 이 변화를 기회로 전환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칠성사이다 역시 이런 측면에서 능력을 발휘해 왔다.

예컨대 1970년대 후반 난방설비가 좋은 아파트가 한참 보급될 때 “겨울에 마시는 칠성사이다 역시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겨울철 비수기 시장 확대 캠페인을 펼쳤다. 1981년 국내 처음으로 컬러 TV가 보급 됐을 때에는 “모든 것이 컬러화 되고 있지만 음료는 역시 칠성사이다가 좋습니다”라는 광고로 다시 한 번 변화에 대응했다.

또한 다국적기업 콜라의 무차별 공세를 막기 위해 “콜라를 마실 것인가? 사이다를 마실 것인가?”라는 광고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다국적기업의 콜라와 비교해 칠성사이다의 장점인 무색소, 무 로열티를 부각시키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68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칠성사이다는 ‘올드하다’는 이미지 보다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젊은 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이다’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답답한 상황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거나 누구도 하지 못하는 올바른 말을 거침없이 하는 누군가를 볼 때 쓰는 말이다.

중장년층의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창립 67주년을 맞아 ‘빈티지 패키지’를 출시했다. 1950~90년대에 선보였던 칠성사이다의 5개 패키지 디자인을 모아 250ml 캔 제품에 담은 것이다. 캔 모양을 본뜬 열쇠고리 1개도 무작위로 담아 12만 세트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중장년층에게는 어린 시절의 잔잔한 추억과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제공한 빈티지 패키지는 전량 매진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칠성사이다는 다양한 세대에 걸쳐 꾸준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세대별 공감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칠성사이다는 맑고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며 끊임없이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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