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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스스로 위안화 가치 하락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에 근접하면 연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자 중국 당국이 구두개입을 통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오히려 막은 것이다.
美 관세 무력화할 환율전쟁?..발 빼는 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관세 부과의 효과가 사라진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본격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중국 당국이 미국 관세 부과를 희석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는 와중이었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중국 당국이 오히려 위안화 가치 하락을 제어하며 반대로 움직였다. 19일(현지시간)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 겸 외환관리국장은 “중국 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할 능력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 시장에 경고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중국 정부가 통화전쟁으로 확전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안화 가치 하락(달러·위안 환율 상승)하는 게 중국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는데, 위안화 가치가 15% 넘게 떨어지면 중국은 관세 타격을 거의 벗어날 수 있다.
中 위안화 하락하면 타격 더 커..외자유출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지면 중국의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개되기 전인 지난 1~4월 중국 상하이 종합 지수는 30% 넘게 올랐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 상당 부분 유입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상하이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여기다 위안화 가치까지 추가 절하된다면 환차손까지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1달러당 7위안 환율은 자본유출과 금융불안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최대 이벤트 ‘일대일로’(중국판 육·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데에도 위안화 하락이 독이 될 수 있다. 일대일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달러 자금을 각국에 투자하는데,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는 건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내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불평등조약’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중국 인민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가 됐다”면서 “미·중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