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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디지털 경제 열었던 '무관세' 원칙의 위기

  • 등록 2019-12-14 오전 8:08:08

    수정 2019-12-14 오전 8:08:08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한국을 휩쓸고, 반대로 방탄소년단(BTS)이나 싸이의 노래가 미국을 흔드는 ‘국경을 넘나드는’ 현상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의 발달 속에 디지털 형태의 콘텐츠(전송물)가 자유롭게 오가는 이른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 풍경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만나 더욱 활성화됐다.

전자적 전송물(electronic transmission)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교역이 이뤄지는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와 이와 관련된 플랫폼, 영상기기 등 운반수단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국제사회는 이런 성격의 상품들이 전통적 교역체계를 따르기 어렵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무관세 원칙을 적용해왔다.

이미지: 픽사베이
이런 ‘새로운 문명’이 과거의 질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특히 ‘관세’라는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1998년 당시 국제사회가 ‘무관세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원칙(Moratorium)은 전자적 전송물에 대해 통상적 수입통관 절차가 어렵다는 이유로 1998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도입된 이후 계속 일몰 연장이 지속됐다.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세계는 말 그대로 ‘지구촌’처럼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말에도 당연히 연장이 예상됐던 이 조치가 위기에 처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일몰 연장 시점을 앞두고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가 자국의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일몰 연장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지의 15개 민간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WTO에 우려를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한국 대표로 참여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해 지난 11일 전해졌다.

전경련은 지난 9일 공동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가 종료될 경우 현재 누리고 있는 디지털 관련 재화나 서비스에 관세가 부과될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 무역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류 등 콘텐츠 경쟁력이 있기에 전자적 전송물 관세 조치가 이뤄질 경우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은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 조치가 항구적으로 연장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전경련 측은 강조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특히 K팝 등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은 우리로서는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 연장이 필요하다”며, “전경련은 앞으로도 세계 경제단체와 함께 자유무역과 경제협력 촉진을 위해 WTO 개혁 등 주요 국제이슈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에 ‘원래 당연한 것’은 없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무관세 원칙 역시 누군가의 노력과 합의, 토론 속에 이뤄졌다. 그리고 이 틀이 새롭게 움직일 수도 있다. 건의서는 “세계 경제단체들은 모든 WTO 회원국에게 무관세 원칙 연장과, 디지털 무역에 대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비대립적인 환경에서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을 요청하는 바”라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시대라지만, ‘구(舊) 제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있다.

공동건의서 캡처. 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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