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행]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

비대면 피서지, 충북 괴산 계곡 여행
전국 40여 구곡 중 7개가 괴산에 있어
한폭의 동양화같은 '수옥정폭포'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 자랑하는 '용추폭포'
옛사람 멋과 사상 흐르는 구곡도 많아
  • 등록 2020-07-31 오전 5:00:00

    수정 2020-07-31 오전 5:00:00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갈론구곡’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괴산. 소백산맥에서 뻗어 내린 높고 낮은 산이 그림처럼 둘러싸고,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계곡의 절경을 만드는 고장이다. 여행길 어디서나 소백산 치맛자락을 적시며 춤추듯 휘돌아가는 물줄기를 만나고,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하듯 눈이 시원해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다고 했다. 전국 40여개 구곡 가운데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중 7개가 괴산에 있다. 올여름 피서는 자연스레 거리 두기가 가능한 괴산의 계곡에서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단, 지금처럼 장마철이나 호우 예보가 있다면 계곡은 위험 지역이니 가지 말아야 한다.

연일 계속된 장마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려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는 ‘수옥폭포’


에어컨도 흉내 내지 못하는 청량감에 더위도 ‘싹’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흉내 내지 못할 청량함과 장쾌함을 선물하는 수옥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는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2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낸 절경이다. 연일 계속된 장마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연풍 현감 조유수가 1711년(숙종 37년) 숙부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수옥정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현재의 정자는 지난 1960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그림 같은 폭포와 정자가 어우러져 영화나 TV 사극의 단골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폭포는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이어지는 기암 가운데로 계단처럼 반듯한 암반을 때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소리가 머리까지 맑게 한다. 문경새재나 이화령을 오가던 옛사람들도 이 폭포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고된 걸음을 쉬었으리라.

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梨花嶺·548m).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다.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울창한 숲속을 지나는 약 700m 산책로 끝에는 용추폭포가 있다. 높이 약 10m로 너른 암반을 통과해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다. 전국에 이름이 같은 폭포와 계곡이 많지만, 괴산의 용추폭포는 초록 숲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물줄기가 청량함을 뽐낸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깊은 숲속에 메아리를 만들어 귀로 즐기는 피서가 되어준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이곳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머물렀다는 ‘쌍곡구곡’


◇옛사람의 멋과 사상이 흐르는 구곡의 계곡


조선의 선비들은 괴산의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했다. 계곡의 명소에 특별히 이름을 붙이고 노래를 짓는 선비들의 풍류를 구곡(九曲) 문화라 부른다.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 괴산의 계곡은 옛사람들의 멋과 사상이 함께 흐른다.

충북 괴산 괴산수력발전소. 여기서 12km 정도 더 들어가면 갈론마을이 나타난다. 갈론마을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거슬러 펼쳐지는 비경이 갈론구곡이다. 갈론구곡은 아홉 곳의 명소가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장암석실·갈천정·옥류벽·금병·구암·고송유수재·칠학동천·선욱암이 구곡을 형성한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다.

퇴계 이황이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의 지었다는 ‘선유구곡’


선유구곡은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약 2km에 걸쳐 있다.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된다. 중간지점쯤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적혀 있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 구간의 계곡이다. 호롱소·소금강·병암(떡바위)·문수암·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쌍곡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이곳에 머물렀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뤘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데 반해 그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쌍곡구곡의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


◇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먹을곳=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이 유명하다. 또 다른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올갱이해장국이 있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주차장식당, 서울식당과 기사식당이 30년 넘게 이곳에서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