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공) 부부젤라 '소음' 실제로 들어보니

  • 등록 2010-06-13 오후 2:02:18

    수정 2010-06-13 오후 2:02:18

▲ 부부젤라를 부는 남아공 축구팬(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허정무호와 그리스가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펼친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은 4만8,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이다. 경기 당일 3만1,413명의 축구팬들이 입장했으니 대략 관중석의 65% 정도가 채워진 셈이다.

살짝 한산한 듯 보였던 경기장은, 그러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이전부터 옆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의 소음으로 가득찼다. 남아공 축구팬들이 전통 악기 '부부젤라(Vuvuzela)' 불어대기 시작한 까닭이다.

부부젤라 한 개가 만들어내는 소음은 120데시벨 수준으로, 항공기가 이륙할 때 내는 소음(120데시벨)과 맞먹는다. 지하철역에 전동차가 진입할 때의 소음(104데시벨), 경찰차 사이렌 소리(101데시벨) 등을 능가하는 위력을 지녔다.

경기 당일 관중석에 등장한 부부젤라는 어림 잡아도 수천개. 그야말로 넬슨만델라스타디움은 '소음의 바다'라고 부를 만했다.

경기 내용과 상관 없이 수시로 울려대는 부부젤라 소리는 고막에 기분 나쁜 자극을 전했다. 전반엔 귀가 얼얼해지면서 짜증이 치솟았다. 기자석 근처에서 울려퍼지는 부부젤라 소리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기 일쑤였고,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서는 모든 것이 둔감해지며 자연스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엄청난 소음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보니 어느새 고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경기 직후 양 팀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믹스트존(mixed zone)으로 이동한 각국의 취재진들은 한동안 싸움하듯 언성을 높이며 대화를 나눠야만 했다. 오랫동안 소음에 귀를 노출시킨 탓에 청력이 회복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경기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낮춰달라"며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소리를 키우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경기 전 관중석에서 만난 남아공 축구팬 테오 벵구 씨는 "한국이 승리하려면 상대팀 그리스 뿐만 아니라 부부젤라의 벽도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선수가 좋아 친구들과 함께 한국을 응원하러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벵구 씨는 부부젤라를 부는 시범을 보인 뒤 "한국 선수들이 부부젤라와도 하루 빨리 친해지길 바란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벵구 씨는 "당신들은 부부젤라 소리가 시끄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또 한 번 미소지었다. 이어 "부부젤라는 옛날 사람들이 적과 전투를 벌일 때 기세를 높이기 위해 사용했던 악기이며, 경기장에서 부는 부부젤라는 양 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보충 설명을 들려줬다.

남아공월드컵 기간 중 개막전에서부터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열리는 경기의 수는 총 64회에 이른다. 이 중 5경기 가량을 소화한 현재, 벌써부터 세계 각국에서 부부젤라 사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최국 고유의 전통으로 인정해 부부젤라의 경기장 내 반입을 계속 허용하는 것이 옳은 지, 아니면 축구팬들의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긴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수천 개의 부부젤라가 만들어내는 소음은 일반인이 참고 견디기엔 힘든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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