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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전쟁]아빠 기자, 육아휴직을 하다

일하는 아내 대신 휴직한 男기자 육아휴직記
신청해둔 어린이집 소식없어 아내 이어 육아휴직 선택
일하는 아내 출산+육아휴직 5개월도 쉽지 않아
육아휴직 끝나면 아이 어디 맡길지 벌써부터 걱정 앞서
  • 등록 2015-12-07 오전 7:00:00

    수정 2015-12-07 오후 2:32:38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우리사회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터부’다. 일하는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낸 본지 김도년 기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남성 육아휴직의 현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 그건 정말 아니다”

회사 한 남자 선배는 육아휴직을 고민하던 나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말했다. 마치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듯 남자 망신은 김도년이 다 시킨다’는 눈빛이었다. “선배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라고 대꾸해 봤지만, 그 선배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은 지구가 거꾸로 돌거나 사계절이 겨울·가을·여름·봄 순으로 오는 것과 같은 일이란 메시지가 읽혔다. 그것은 한마디로 ‘불경’(不經)이었다.

여자 후배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저도 선배 같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해야 할 텐데….” 아부(?) 섞인 말이겠지만, 남성의 육아휴직이 여성들에게도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무슨 남성 페미니스트가 탄생한 것도 아니고 내가 낳은 아이, 내가 보러 갔다 오겠다는데 주변에서는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하러 만주로 떠나는 사람 보듯 했다.

나의 육아휴직은 벼랑 끝에서 결정됐다. 나는 일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가족주의자도 아니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해 전면에 나서고자 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상경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다. 가계 부채를 끌어다가 도시 중산층 흉내를 내다보니 가랑이 찢어지는 일상을 사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인일 뿐이다. 애 키울 걱정은 말라던 어머니는 뇌수술 후유증으로 아버지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처지다. 허리디스크를 지병으로 앓고 계신 장모님은 장시간 아이를 돌보기 힘들다.

신청해 둔 어린이집들은 연락이 없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돌보미 서비스는 대학 시절 학점 잘 주는 과목 수강신청에 성공하는 것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여성들조차 ‘법대로’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회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내 아내도 출산·육아휴직 기간을 통틀어 3개월에서 5개월로 늘리는 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임신 전 아내가 선배와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와서 내린 중대 결정이 ‘출산+육아휴직 5개월’이었다.

“이데일리, 참 좋은 회사네요” 내가 육아휴직을 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업무 차 만난 사람들에게 많이 들은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참 슬픈 일이다. 남자가 3개월 육아휴직을 낼 수 있다고 좋은 회사라는 소리를 듣는다. 보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여성 육아에 대한 시선조차 각박한 사회다. 결국 남성이 육아전선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났다. 내가 그 뒤를 이어 석 달 동안 아이를 본다. 이제 고민은 나의 육아휴직이 끝난 뒤 아이를 어디에 맡길 것이냐다. 장모님은 당신에게 맡기라고 하시지만 장모님 건강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세상천지 아무 걱정이 없는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아빠의 애간장을 녹이지만, 그 웃음을 보기 위해 부모는 물론 조부모까지 이 육아전쟁에 참전해야 한다.

이 기사도 나중에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으면 좋겠다. 마치 ‘응답하라 2015’를 보는 것처럼 ‘저출산 분위기 속에서 남자들이 하나, 둘씩 육아 전선에 나서던 시절이 있었지….’ 라고 추억하고 말았으면 좋겠다. 내 딸이 가정을 이루고 살게 되는 사회에서까지 이런 고민이 이어진다면, 나 역시도 기성세대로서 책임을 지고 청년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7월 결혼 2년만에 태어난 첫 아이는 부부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육아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김도년 기자는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내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김 기자는 육아휴직이 끝난 후에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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