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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소득불균형이 복지공약 부추긴다

  • 등록 2016-05-03 오전 3:01:01

    수정 2016-05-03 오전 3:01:01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해결되기도 전에 유럽발(發)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또 다시 몸살을 앓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원인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었던 반면 유럽발 금융위기 원인은 정부 조세 수입을 초과하는 복지정책이었다. 양 대륙 금융위기가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두 금융위기는 모두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 주려던 정부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정권을 거의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고 그리스 정권은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주의당에서 보수정당인 신민주주의당으로 바뀌었지만 미국과 그리스는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데 일심동체였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클린턴정부 시절부터 서민도 집이 있어야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민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신용이 낮거나 아예 소득이 없는 사람(비우량 신용등급자)들에게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주기 시작한 것이 금융위기를 자초했다. 반면 유럽은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복지를 제공하려던 것이 유럽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던 정부와 정치권 노력이 국민의 삶을 오히려 더 나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하였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된 것이다.

한국 정치권도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데 여념이 없다. 여야 의원들이 공약(公約)으로 내건 모든 복지가 실현된다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국민 복지에는 나 몰라라 하던 정치권이 그나마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지국가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치권 노력이 결국 망국병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 시장에서 거래 될 수 있었던 것은 패니메이나 프레디맥을 이용한 정치권의 지원 덕분이었고 이는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켰다.

문제는 대다수 학자나 경제인들이 이런 망국병의 조짐을 아무리 얘기해도 일반 국민과 정치권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나 그리스에서 과도한 복지 정책이 그들 후손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울 것이라는 것을 지적한 사람은 무수히 많았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향후 경제전망을 예측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각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 현실도 마찬가지다. 학자와 기업인들, 몇몇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전직 관료들이 무분별한 복지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고 있으나 정치권은 정권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자본주의를 포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금융위기를 진단한 경제학자들은 복지정책이 소득불균형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었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20세기 초 대공황을 전후해 몰락한 농업인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신용대출을 확대했던 미국의 경험과 제2차세계대전 이후 획기적인 복지제도를 만들어낸 유럽 경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사회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소득불균형이 큰 국가일수록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여줬다. 건강, 수명, 행복, 정신병, 자살, 폭력, 범죄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국내총생산(GDP)보다는 소득불균형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복지를 추구하는 정치권을 무조건 탓하기 보다는 소득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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