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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는 ‘위기’라는 말 대신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로 에둘러 표현한다. 경제가 나빠진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진짜로 경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 7월 증가했던 광공업 생산이 자동차(-4.6%) 등 제조업 생산 부진으로 지난 달에는 1.4% 감소했다. 전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8%로 전월(74.8%)보다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해 향후 경기 부진이 예상됐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 0.4%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 늪에 빠져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작년 12월부터 10개월째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려면 수출이나 대외 환경이 개선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셈이다.
반면 8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생산은 0.5%, 소비는 3.9%, 설비투자는 1.9%, 건설기성은 0.3% 각각 증가했다. 이 지표들이 모두 증가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비투자 부분에서 선행지표에 마이너스 흐름이 완화되는 등 경기반등의 신호가 미약하게 보이고 있다”면서 “미·중 관계 등 대외경제가 지금보다 악화되지 않는다면 지금은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여건을 핑계삼아 “한국 경제가 선방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경제가 사이클상 좋아지고 나빠지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성장능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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