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3707억→224억'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실일까?

원전업계, 한수원·산업부 등 관계자 조작혐의 고발
가동이익 전망 큰 폭 줄어..조작 아닌 기준 현실화
안전·환경문제로 원전 발전단가 상승 세계적 추세
  • 등록 2020-01-21 오전 5:00:00

    수정 2020-01-21 오후 12:58:57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정부 탈원전 정책 이행을 위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고의로 조작했다.” 원자력정책연대는 20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성 평가를 진행한 삼덕회계법인 관계자 등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예정보다 2년여 앞당겨 영구 중단키로 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경제성 조작 의혹은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수원이2018년 3월 월성 1호기의 계속가동 이익을 3707억원으로 자체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5월 삼덕회계법인의 1차 분석 결과 이 숫자는 1778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같은 달 산업부·한수원과의 회의 이후 낸 최종보고서에서 224억원까지 줄어든 것은 ‘의도적 조작’이란 것이다.

이언주 국회의원(가운데)을 비롯한 원자력정책연대 관계자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원자력정책연대 제공
가동이익 전망 큰 폭 줄었지만 조작 아닌 기준 현실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계속가동 이익 전망치가 크게 줄어든 건 ‘팩트’다. 그러나 정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는 없다.

예상 가동이익 전망치가 바뀐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치가 바뀐 이유가 명확하다. 원전 가동이익을 결정하는 가장 큰 두 변수인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단가를 보다 현실에 가까운 수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전망치가 계속 낮아졌다. 거꾸로 말하면 처음 전망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었다는 얘기다.

2018년 3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2017년 이용률 85%, 판매단가 1킬로와트시(㎾h)당 60.82원을 기준으로 가동이익을 3707억원으로 추정했다.

월성 1호기의 최근 3년 평균 이용률이 57.5%(최근 5년은 60.4%)라는 점, 원전 전력 판매단가가 계속 하락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낙관적인 분석이었다.

삼덕회계법인이 같은 해 5월 한 달 사이에 예상 가동이익을 1778억원에서 224억원으로 바꾼 것도 처음엔 이용률을 70%로 가정했다가 한수원의 제언을 받아들여 이를 60%로 낮췄기 때문이다. 판매단가가 2022년 1㎾h당 48.78원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한 것도 한국전력(015760) 구매계획기준에 따라 정한 것이다. 만에 하나 어떤 조작이 있었다면 한전도 가담한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종 경제성 평가는 삼덕회계법인이 독립적으로 수행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평가 기간 우리는 요청하는 자료에 대해서만 대응해 왔다”며 “(2018년 5월) 회의 때도 회계법인의 산정 기준이 현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제언하고 회계법인이 이를 받아들인 결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 모습. 한수원 제공
원전 발전단가 상승은 세계적 추세…“앞으로 더 오를 것”

원전의 수익성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전 발전단가는 지난해 10월 1㎾h당 52.6원으로 다른 어떤 연료원보다 낮지만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원전 발전단가가 오는 2022년이면 1메가와트(㎿)당 99.1달러로 태양광 발전단가(66.8달러)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도 2025년 1㎿당 발전단가를 원자력은 95파운드, 태양광은 63파운드로 전망했다.

설계부터 폐기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 균등화 발전단가(LCOE)를 적용해 예측한 결과다.

특히 2010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사회·환경 비용 산정이 대폭 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의 역전 현상이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정부의 계획대로 LCOE 개념을 적용한다면 2030년 이전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가가 원전 발전단가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추세 역시 월성 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2015년엔 7000억원의 수리 비용을 들여서라도 월성 1호기 운전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게 합리적이었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지난해 정부가 당시 결정을 뒤집고 영구 폐쇄한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캐나다는 월성 1호기처럼 1983년 가동을 시작한 캐나다 젠틸리 2호기의 수명 연장비용을 4조원으로 계산했고 사업자는 결국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며 “앞으로 원전에 대한 이 같은 안전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성 1~4호기 운영변경허가안 등을 다루는 제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해 12월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안위 건물 앞에서 탈핵시민행동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같은 시간 원자력노동조합연대 회원들 역시 원안위 앞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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