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이자 기회…질병은 역사를 어떻게 바꿨나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강희진|368쪽|미래의창
  • 등록 2020-03-25 오전 5:03:30

    수정 2020-03-25 오전 5:03:3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3세 대왕(BC 356~BC 323)은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해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탄생시켜 세계사에 이름을 남겼다. 대제국의 통치자로 권세를 떨쳤지만 33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알렉산드로스 3세 대왕이 전염병에만 걸리지 않았다면 유럽의 지도는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역사 속 기록을 바탕으로 그 원인을 추정할 뿐이다. 그 중 하나는 모기에 물려 걸린 말라리아 때문이라는 설이다. 질병이 역사의 흐름까지 바꾼 셈이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이미지.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하며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처럼 질병과 역사의 관계는 밀접하다. 그런데 질병이 꼭 위기만 불러온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되기도 했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덮친 ‘흑사병’ 페스트가 그렇다. 페스트로 당시 유럽 인구 3분의 1이 사망했다. 엄청난 인명피해였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이점을 누렸다. 노동력 부족으로 살아남은 수공업자나 농부들은 이전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처나 지주들과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임금까지 상승하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역사를 바꾼 전염성 강한 질병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최초의 발병자가 나온 뒤 교통수단을 통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 교통수단이 발전할수록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면 각국은 국경을 봉쇄해 유행병의 감염을 막으려 노력하는 점도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질병은 어떻게든 방어벽을 뚫고 들어와 감염자를 만들고, 백신과 치료약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류를 괴롭히며 역사를 바꾸어 나간다.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그동안 인류를 위협해온 질병이 역사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역사 속 중요한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히틀러가 1차 세계대전에서 실명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화가를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소아마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역경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도자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가정을 통해 질병의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지금, 역사를 통해 질병이 위기로만 끝나는 것은 아님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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