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미영 ‘조각풍경’(사진=갤러리그림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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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눈에 알아봤다. 이 풍경이 어디서 나왔는지. 서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악과 응봉을 잇는 산줄기의 남사면. 북촌 한옥마을 어디쯤일 거다. 날렵한 곡선이 춤을 추는 지붕, 그 틈새에 들인 중정도 보인다. 그렇게 들고난 숨골은 그대로 문양이 됐다. 이 자체로도 그림인데 말이다. 알록달록 색까지 얹지 않았나. 분홍·빨강이 어울린 지붕 아래 노랗고 푸른 나무가 총총하다.
그런데 이쯤은 아무것도 아닌 ‘비밀병기’는 따로 있다. ‘바느질’이다. 작가 제미영(45)은 조각을 붙여 풍경을 만든다. 어떻게? 전통 조각보를 만들 듯, 오리고 붙이고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는 거다. 이른바 ‘바느질 콜라주’. 이런 식이다. 한복 천 등을 잘라 일일이 감침질해뒀다가 배접해 평탄하게 만든 뒤, 가는 띠로 오려 화면에 붙이기. 요즘은 천과 함께 한지도 쓴단다.
‘조각풍경’(2020)은 그렇게 장인정신으로 ‘지은’ 연작 중 한 점. 작품에는 매끈한 양옥보다 울퉁불퉁한 기와집이 자주 등장하는데. 고향 부산에서 서울로 유학 왔을 때, 허전함을 채워준 게 어린 시절을 떠올릴 기와집이었단다. 아마 토막 난 듯하지만 용케 이어진 긴 연결을 봤을 거다. 한옥도 그렇고, 작가 자신도 그렇고.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개인전 ‘조각풍경’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한지·바느질 콜라주. 194×130.3㎝.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