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오픈소스` 구글 안드로이드…공정위, 역대 9위 과징금 `철퇴`

포크OS 생태계 고사시킨 구글…공정위 “사설당국 역할”
아마존·알리바바 ‘백기투항’…워치4 타이젠 포기한 삼성전자
공정위, 절차 정당성 확보 ‘방점’…스마트기기 ‘혁신’ 발판될까
  • 등록 2021-09-15 오전 6:30:00

    수정 2021-09-15 오전 7:00:54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구글은 폐쇄형 OS(운영체제)인 애플 iOS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공개된 소스 코드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안드로이드 변형 OS인 ‘포크OS’의 시장진입을 철저히 막아 아마존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도 백기를 들었다. 사건을 5년이나 심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구글에 위원회 역대 9위인 2074억원의 과징금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엘엘씨 등의 안드로이드 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포크OS 생태계 고사시킨 구글…“사설당국 역할 했다”


공정위는 14일 구글 LLC(미국 본사),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2074억원(잠정)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가 인정된 것이다. 2074억원의 과징금은 위원회 부과액 기준 역대 9위이며, 카르텔(담합) 사건을 제외하면 퀄컴 2차(2017년·최초 부과액 기준 1조300억원), 퀄컴 1차(2009년·2732억원)에 이어 역대 3위다. 플랫폼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안드로이드가 애플 iOS와 다른 점은 오픈소스라는 점이다. 애플은 iOS를 자사가 출시한 제품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다른 기기제조업체나 개발사 등은 이를 토대로 다른 OS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2008년 9월 최초 버전부터 최근 안드로이드 11버전까지 매년 1개의 신규 버전 OS를 오픈소스 코드로 공개했다. OS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인해 많은 기기제조사와 앱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로 몰렸다.

하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모바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2011년부터 변했다. ‘호환성 강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 파편화금지 계약(AFA)을 요구했다. AFA계약이란 기기제조사가 포크OS를 개발하거나 제품에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의 AFA 계약이 먹힌 것은 바로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등 스마트폰 필수 앱 사용 권한인 ‘플레이스토어 허가권’과 신규제품 개발에 꼭 필요한 ‘OS 사전접근권’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자신들과 AFA 계약을 맺은 기기제조사가 포크 OS를 탑재한 포크기기를 출시하면 두 권리를 박탈했다. 매년 새로운 기기를 출시해야 하는 기기제조사 입장에서는 6개월 전 미리 새 안드로이드 OS를 받아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사전접근권 등을 빼앗길 경우 하이엔드 신제품 개발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공정위 측은 “구글은 포크용 앱 개발 도구(SDK) 배포를 금지해 포크용 앱 생태계출현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했다”며 “또 제조사가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CTS)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구글에게 보고하여 승인 받도록 하는 등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증·통제해 일종의 사설 규제당국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4에 타이젠 OS가 아닌 구글의 웨어 OS를 탑재해 출시했다. (사진=삼성전자)
◇ 아마존·알리바바 ‘백기투항’…워치4 타이젠 포기한 삼성


구글의 철저한 AFA 정책은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도 이겨내지 못했다. 아마존은 2011년경 LG전자(066570)와 협력해 아마존 최초 태블릿 PC인 킨들파이어를 출시했으나 AFA 위반으로 사전접근권 박탈을 우려한 LG전자가 고사하면서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는 2011년 케이터치라는 기기제조사와 협업해 알리윤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구글은 케이터치의 플레이스토어 권한 등을 박탈했고 결국 더는 알리윤 기기를 출시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1 출시 당시 포크 OS를 탑재하려 했으나 구글의 AFA 계약 위반 위협에 못 이겨 포크 OS를 포기하고 자체개발 OS인 타이젠을 설치했다. 삼성전자는 기어3 모델까지는 타이젠 OS로 버텼으나 타이젠으로는 앱 생태계 구축의 한계를 느껴 결국 갤럭시 워치4에는 구글의 스마트 시계용 OS인 웨어 OS를 탑재해 출시했다.

이 같은 철저한 폐쇄정책은 확실한 시장점유율 변화로 이어졌다. 모바일 OS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010년 38%에서 2019년 97.7%(애플 iOS 등 라이선스 불가 시장은 제외)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고, 수익을 창출하는 앱마켓 시장 점유율도 95~99%(2012~2019년)에 달했다.

공정위는 “포크OS가 탑재되는 기기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대신 다른 앱마켓이 탑재되기 때문에 구글의 호환성 기준을 준수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AFA는 호환성을 무기로 다른 생태계 출현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 절차 정당성 확보 ‘방점’…기타 스마트기기 ‘혁신’ 발판될까


공정위는 이번 구글 OS 갑질사건을 심리하면서 3차례의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의 최고 의사결정 절차로 대체로 1회로 종료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을 상대로 한 사건이고, 해외 경쟁당국 역시 크게 주시하고 있는 만큼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 역사상 처음으로 제한적 자료열람실(데이트룸) 제도를 운영했다. 데이터룸 제도는 증거자료에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 경우 CCTV가 설치된 제한적인 자료열람실(데이터룸)에서 피심인을 대리하는 외부 변호사만 자료를 열람토록 허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 입증을 위해 구글을 대리하는 외부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한편 공정위 결정이 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경우 국내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 등은 국내는 물론 수출 제품에도 AFA 계약에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포크 OS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구글의 입지가 매우 확고한 모바일 분야에서는 어려우나 스마트TV,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시계 등 기타 스마트기기에서는 기기제조사가 기기에 가장 적절한 포크 OS를 개발 또는 탑재할 수 있게 된다.

조성욱 위원장은 “모바일 분야는 이미 성숙된 시장이라 시정조치 이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갖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기타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는 삼성, LG 등 국내 기기제조사들이 다양한 혁신적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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