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원달러 환율의 향방

  • 등록 2022-08-03 오전 7:13:11

    수정 2022-08-03 오전 7:13:11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국제 통화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원화가 한때 1320원까지 상승했고, 지금도 1300원을 경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화가 20년 만에 1유로당 1달러를 뜻하는 패리티(parity)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도 한때 달러당 140엔에 접근할 정도로 약세였다. 신흥국 통화의 하락속도가 빨라졌다. 그 동안 강세를 유지하던 자원 개발국의 통화가 약세로 기울었고, 그 외 신흥국은 올 들어서만 30% 가까운 절하에 시달리고 있다. 더 위험한 건 취약국이다. 국제 금리 상승으로 일부 신흥국이 빚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금리 인상에 자국통화 약세까지 겹쳐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이 많은 일들이 달러 강세에서 비롯됐다.

작년 5월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0 정도였다. 현재 108을 오가고 있으니까 1년 2개월 사이에 달러가 20% 정도 강해진 셈이 된다. 환율은 자국통화와 다른 통화 사이의 교환 비율이다. 달러가 강해지면 반대로 상대국 통화는 약해진다. 달러 강세 때문에 많은 나라 통화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달러는 위기 때마다 강했다. 1973년 있었던 1차 오일쇼크 때에 달러가치가 배 이상 상승했고, 아시아 외환위기 때에도 50% 넘게 절상됐다. 어려우면 가장 믿을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되는데 그 대상이 달러였기 때문이다.

이번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달러 강세가 더 심해졌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높은 상황이어서 보유자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경기가 침체되면 늘어나야 하는 자산가치가 늘어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인플레까지 겹치면 자산의 실질 가치가 훼손되므로 이중의 피해를 보게 된다. 늘어나야 할 것이 늘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연히 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통화로 자금을 옮기고 싶어하는데, 과거에는 달러, 엔화, 유로가 그 역할을 나누어 맡았었다. 이번은 특이하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두 통화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앞으로 원화가 어떻게 될까? 현재의 약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98년부터 올해 5월까지 293개월 중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었던 기간은 71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의 4분의 1 정도다. 그 사이 외환위기로 국가가 부도 직전에 몰렸는가 하면, 미국 금융위기와 코로나 같은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IT버블 붕괴로 단시간에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겼고, 국내에서는 카드채 사태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뻔 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벗어났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원화가 이렇게 강한 복원력을 발휘한 건 해당 환율대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원화 약세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달러 약세인데, 최근 유럽은행(ECB)이 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등 출구전략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ECB가 올해 남은 세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고, 내년에도 3~4차례 인상을 더할 걸로 예상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중반에 유럽의 기준금리가 1.5%를 넘게 된다. 그만큼 달러가 약세가 되는 건데, 그 가능성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유로화 가치가 2.5% 반등했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하반기에 중국경제가 나아져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것이다. 상하이 봉쇄의 영향으로 2분기에 중국경제가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예상보다 대단히 낮은 성장이다. 앞으로 중국정부가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텐데, 중국 경제 회복이 위안화 가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달러가 약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대로 들어올 것이다. 최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외화수급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는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환율은 해당 국가의 경제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원·달러 환율 하락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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