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심하다 해도…원화가치 더 떨어졌다[김보겸의 일본in]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원화 vs 외환위기 수준 엔화
최근 3개월 원화 8%하락…엔화는 6.48% 떨어져
플라자합의 2.0 기대에도…국제적 공조가능성 낮아
  • 등록 2022-10-11 오전 7:33:41

    수정 2022-10-11 오전 7:33:4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싸진 원화값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최근 3개월 주요국 중 세 번째 낙폭을 기록하면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보다 더 떨어진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 환율방어에 약 22조원을 썼다.(사진=연합뉴스)


‘킹달러’에 휘청이는 건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준기축통화로서의 명성이 무색하게 위태롭던 영국 파운드화는 신임 총리의 감세안 발표에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보다도 가치가 떨어졌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목표로 부자감세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와 영국 파운드화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달러화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퍼 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던 한국과 일본은 수십조에 달하는 달러 매도 조치를 취했다. 킹달러에 맞서 통화가치를 방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2일 일본은행(BOJ)은 2조8000억엔(약 28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은행도 2분기에만 환율방어에 154억1000만달러(약 22조원)를 썼다. 2019년 수치를 공개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최근 3개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폭이 엔화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엔화가 달러 대비 26% 하락하며 원화 하락폭(-20%)을 웃돌았다. (출처=한국은행·일본은행)


공격적 달러 매도에도 통화가치 방어 효과는 미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최근 3개월간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8.0%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15.2%)와 뉴질랜드달러(-9.2%)에 이어 주요국에서 세 번째 낙폭이다. 엔화 역시 같은기간 6.48% 하락하며 주요국 9위 하락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20% 급락했으며 엔화는 26% 떨어졌다.

준비통화 대접을 받는 엔화마저 강달러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환율 방어에 애를 먹는 이유로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중국이 부상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했을 때에는 다른 국가의 경제도 미국 경기 순환을 따랐으며 통화정책도 상당부분 동기화됐다”며 “지금은 미국에 덜 얽매인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원화는 미국 금리인상 추이뿐 아니라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 환경에 따라 위안화에 가치가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킹달러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도 나온다. 1985년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췄던 ‘플라자 합의’ 2.0 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미국은 달러화 급등과 고금리,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의회 내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플라자 합의를 맺을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오늘날은 미국 경제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이 침체되고 무역수지가 나빠지며 달러가치가 급락할 위험에 처해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까말까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NEC 위원장.(사진=AFP)


백악관도 심드렁하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공동조치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역시 국제적 환율 공조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강달러를 통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타국에 수출하는 게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도 짚었다. 당분간 전 세계가 환율 방어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미국은 킹달러를 즐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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