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공연] "소통단절 비꼰 메시지, 완성도 높았다"

- 심사위원 리뷰
연극 '그게 아닌데'
튀는 대사·독특한 캐릭터 몰입도 높여
배우 컨디션 따른 편차는 극복해야
  • 등록 2013-06-24 오전 8:21:45

    수정 2013-06-24 오전 8:48:21

연극 ‘그게 아닌데’의 한 장면(사진=코르코르디움)


[윤우영 심사위원] 연극의 기능이 무엇인가. 최근 몇 개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새삼스럽게 떠오른 생각이다. 근래에 참신하고 개성이 돋보이는 신진작가들의 출현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인데 이미경 작가의 연극 ‘그게 아닌데’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게 아닌데’는 소재나 이야기가 새롭진 않지만 매우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방송 프로그램 때문이기도 한데 가해자로 몰려 10년이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의 의미를 더욱 흥미롭게 되새겨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건에는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강압과 편견, 소통의 단절이라는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를 이용하는 사람들. 외압에 의해 사건을 하루빨리 종결지으려는 수사. 당사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하는 갑의 인물들.

2005년에 벌어진 코끼리 동물원 대탈출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한 ‘그게 아닌데’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작품의 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사회의 계층·집단의 단절문제로 치환해 그려낸 우화적인 요소를 지닌 블랙코미디”로 최근 사건과 맞물려 관객들에게는 관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정신과 의사와 형사, 동료와 어머니 등 극중에 나오는 캐릭터는 어찌 보면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는 인물들이지만 무대에선 살아있듯 생생하게 창조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우화적으로 재미있게 형상화됐다.

물론 ‘그게 아닌데’가 작품성 면에서 돋보였던 건 시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특이한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연극의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융합돼 있는 절묘한 앙상블에 있다.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대사, 독특한 캐릭터와 사건, 또 개성있는 배우들도 강점이다. 이들 요소를 가지고 소통의 단절이란 작가의 의도를 지나치지 않게 잘 버무려낸 연출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극단 청우의 개성이 강한 중견배우들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게 하고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이끌었지만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절제시켜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간결한 장치와 조명도 작품의 완성도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연의 편차에 있다. 앙상블은 공연 당일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창조될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공연 당일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작품의 의미와 재미적인 요소가 달리 전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꾸준한 공연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관극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지난 7일 공연 첫날과 열흘쯤 뒤인 18일 두 차례 관람을 하면서 받았던 감동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는 건 분명 공연이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매번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관객의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첫날 공연에서는 작품의 완성도가 가슴 깊이 각인되지는 못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을 의식한 듯 배우들은 절제력을 잃고 마치 자신의 얼굴을 좀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망이 지나친 듯 보였다. 가볍고 장난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던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와 대사의 완급조절이 살아났던 두 번째 공연은 내내 관객들의 웃음과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무섭도록 절제력을 보이며 앙상블에 헌신한 배우들의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게 아닌데’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감동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연극의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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