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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달 20일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26일만에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신규 확진환자가 줄어들며 나타나는 긍정적 신호로 보이지만 대한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형 서울대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상황을 아직 긍정적으로 예단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국지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다 상태가 위중해질 수 있는 중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는 각 병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통해 중환자 현황을 매일 파악하고 있다. 지난주 기준 산소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60명 내외, 인공호흡과 에크모 치료가 필요한 위중환자는 60명 내외였다. 이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교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치명률이 낮은 것도 통계적 착시현상으로 안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환자부터 치료를 시작하다 보니 치명률 환산 시 분모가 되는 확진자 수가 많아 치명률이 낮게 보이는 것”이라며 “미국 등의 경우 비싼 병원비 때문에 아프더라도 병원에 잘 안 간다. 이런 사회 경제 문화적 여건을 모두 감안해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망자 중 많은 이들이 자가격리 중 제대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숨지거나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특히 중환자 치료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대구 경북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중환자의학회는 계명대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지원 의료진을 모았다. 지난 10일 기준 의사 6명과 간호사 13명이 보강됐고 동산병원 중환자실도 7개 병상에서 10병상을 증설했다. 이 날부터 20병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병원 교수들이다 보니 2주이상 근무가 어렵다. 이 교수는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중환자 진료 인력이 계속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정부나 병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단순 바이러스 감염인 줄 알았지만 중증으로 가면서 여러 장기에 다 퍼져 호흡기내과와 신장 등도 다 들여다봐야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며 “이제 중환자 의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감염병 전문가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면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전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같이 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