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난지원금 전 국민에 100만원씩 못 주는 3가지 이유

홍남기 “70%에 100만원 일회성 지급”
①文정부 재정 원칙 없이 ‘퍼주기’ 남발
②朴정부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재발
③차기정부 1000조 나랏빚·미래세대 부담
  • 등록 2020-04-09 오전 5:00:00

    수정 2020-04-09 오전 7:31:26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브리핑을 통해 소득 하위 70%에 일회성으로 100만원을 지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5~6일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과 상반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에 대해 긴급성, 형평성, 재정 여력 등을 종합 감안해서 이미 결정해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기발표된 기준’에 따라 세출구조조정을 포함한 추경 편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 하위 70%에 일회성으로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기준과 당·정·청 합의대로 추경안을 내주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정·청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홍 부총리는 3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고소득층을 뺀 일회성 지원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해 “국민 전원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전국민 지급’ 입장을 밝혔다. 이에 홍 부총리는 이틀 뒤 브리핑을 통해 ‘70% 지급’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가재정 집행 기준·원칙은?

홍 부총리가 여당과의 엇박자 논란을 감수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확대할 여지를 남기지 않은 것은 ‘재정집행 기준’에 대한 확고한 소신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문제는 국민의 세금인 국가재정을 어떻게 쓸지 원칙과 기준의 문제”라며 “소득 하위 70%까지 100만원을 1회 지급하기로 합의된 방안을 바꿀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이대로 가면 국가재정 집행의 원칙·기준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입장을 바꾸면 기본소득처럼 전국민에게 2차·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는 요구도 커질 것이란 게 재정당국의 고민이다. 지원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기존 예산의 구조조정·실효성 점검 없이 막대한 재정을 잇따라 쏟아붓는 것은 재정당국으로선 부담이다.

이미 참여연대는 지난 6일 논평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각종 수당·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 사업 예산은 2017년 36조465억원에서 2020년 54조3017억원으로 불어났다. 저출산·고령화, 정부 정책 영향 등으로 현금성 지원 예산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현금을 살포하기 시작하면 추후에 실효성을 따져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0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줄 경우 기존 복지 예산을 깎아야 하는 것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안 돼 있다”며 한시적·일회성 지급 입장을 거듭 밝혔다.

현금 지원 사업 예산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36조원에서 올해 54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예산에서 현금 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9.0%, 2018년 9.7%, 2019년 10.2%, 2020년 10.6%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는 기초연금급여, 생계급여, 아동수당, 구직급여, 청년내일채용공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등을 합산한 것이다. [자료=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신용현 미래통합당 의원실]
◇100만원 줬다 뺏으면 조세저항은?

환수 방식은 더 고민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일단 전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내년에 세금 등으로 환수하자는 주장이다. 전국민에게 일단 지급하면 지금처럼 선정 기준 논란, 행정비용 문제, 지원 사각지대 등이 사라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고소득자 환수 장치가 마련된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내년에 ‘세금 폭탄’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중산층 이상은 개인별 공제가 제각각이어서 정확하게 환수 대상을 발라내는 게 굉장히 어렵다. 5200만명 개인별로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애꿎은 국민이 받은 지원금을 토해낼 수도 있다”며 “과거 연말정산 파동 때처럼 ‘100만원 주고 뺏어간다’는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에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기재부는 연말정산 과세 방식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면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였다. 당시 기재부는 세 부담이 1인당 2만~3만원(총급여 7000만원 이하 기준) 찔끔 증가할 것으로 보고 개편에 나섰다가 ‘13월의 세금폭탄’ 후폭풍을 맞았다. 이후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는 공제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만약 내년에 환수나 증세를 하게 되면 2015년보다 최대 50배나 많은 100만원을 걷어가는 것이다. 내년 6월1일 마감인 종합소득세 신고 결과까지 보고 이후 증세나 환수가 이뤄지게 된다.

환수 대상이 되는 국민들이 조세 저항 없이 100만원을 환급할지, 여야가 원만히 합의해 세법을 개정할지는 미지수다. 이때는 차기 대선(2022년 3월9일)을 불과 1년도 안 남은 시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란이 내년에도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세가 293조5000억원이 걷혔다. 이 중에서 소득세는 83조6000억원으로 28%나 차지할 정도로 세수가 큰 세목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환수하기 위해 일부 소득계층을 정해 소득세를 올릴 경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거나 영향을 받는 국민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국세청]
◇나랏빚 1000조 넘는데 미래세대는?

홍 부총리는 재정 부담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대표 주장대로 하면 13조원, 황교안 대표 입장을 반영하면 25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이 필요하다.

이는 저임금 근로자·영세자영업자 230만명(일자리안정자금 연간 지원 2조원 기준)을 각각 6년·12년 이상 지원할 수 있는 대규모 예산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정도 재원을 충당하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올해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1차 추경 기준)에 달한다.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가 이 속도대로 계속 늘어나면 문재인정부 출범 때인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2023년 1061조3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미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재무제표상 부채는 국가채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무제표상 부채는 1743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명목 GDP·1913조9640억원)에 근접했다.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부채까지 포함하면 부채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인들은 당장 표를 노리고 공약을 남발하지만 정권에 관계없이 근무해야 하는 관료들은 포퓰리즘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실업 대란을 비롯해 기업 부실이 심각해질 수 있어 후속 지원을 위해선 무분별한 재정 집행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현 세대가 빚을 남발하면 우리 자녀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도 생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에서 매년 증가해 차기정부 때인 2023년에 106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17~2019년은 결산 기준, 2020년은 1차 추경 기준, 2021~2023년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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