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인색한 韓]'선택 아닌 필수'인데…올해 상장사 열 중 한곳만 IR

올해 코스닥 상장사 IR공시 8%수준…유가도 14% 그쳐
신규상장사 30%, 홈피 IR 메뉴도 없어
불확실성, 기업가치 좌우 투자자 신뢰구축 중요
"주가 부양책보다 의미 및 필요성부터 인식해야"
  • 등록 2020-05-25 오전 1:30:00

    수정 2020-05-25 오전 9:00:39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근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식을 사들인 이모(32)씨는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봤다. 그는 지난 3월 200만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지만, 회사가 지난 1월 횡령배임혐의가 발생한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4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된 탓에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 주가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후 이틀 연속 20% 이상 빠졌다.

코스닥 상장사 B업체는 지난해 기업설명회(IR)만 12차례 열어 기관투자자와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11월에는 4차례나 IR 관련 공시를 하며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났다. 지난해 10월 4만원선 전후를 오가던 주가는 12월 말 5만4000원대로 올랐다. 이 기업은 지난해 한국거래소에서 선정하는 IR활동 우수법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상장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최근과 같은 종목장세에서는 정보력이 투자수익률을 가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업을 적극적으로 잘 알리는가에 따라 주가도 엇갈린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들은 IR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위주였던 IR 활동은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온라인 IR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IR활동 4년째 제라리 걸음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IR개최 공시를 한 코스닥 상장사(스팩, 리츠 제외)는 총 109곳으로 나타났다. 연초 기준 전체 코스닥 상장사 1405개 중 7.8%에 불과했다. 100곳 중 8곳만 IR 계획을 발표한 셈이다.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799곳 중 13.8%에 해당하는 110곳만 공시를 한 것이다.

최근 4년간(2016~2019년) 코스닥 상장사 중 IR 공시를 한번 이상한 기업수 비율은 2016년 18.9%에서 2017년과 2018년, 2019년 각각 25.2%, 26.3%, 25.0%로 소폭 증가했지만 4곳 중 1곳 정도만 IR공시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평균 비율도 25% 수준에 그쳤다.

온라인을 통한 IR도 소극적이다. 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신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 홈페이지 내 IR메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12개 기업(스팩 상장 및 합병, 리츠 제외) 중 약 72%, 154개 기업만이 홈페이지 내 IR메뉴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8개 기업은 IR메뉴 조차 없어 기초적인 투자정보나 IR부서 담당자 연락처 등이 누락돼 투자자와의 소통창구가 단절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기적으로 분기별 IR자료를 올린 기업은 단 22곳으로, 조사 대상 중 10%에 불과했다. 이는 분기보고서 공시와 별도로 홈페이지에 자료 업로드를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의무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웹사이트 관리에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홈페이지에 연례 주주총회나 애널리스트와으 미팅 등을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관련 자료도 공개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자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IR 자료를 제공한다. 일본 상장사의 경우 2015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공표해 지배구조 관련한 부분에 대한 정보제공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사태, 온라인 IR 확대 계기될 수도

코스닥 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경우 결국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에서 제대로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없고,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통로인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발간도 기대하기 어려워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상장사들이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을 소홀히 할수록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올 1분기 기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도 역대 최대치에 육박했다. 1분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총 35건으로 2017~2019년 1분기 평균 지정건수(31건)보다 많았다.

IR 부족으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도 꼽힌다. 전문가들은 IR을 잘해야 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투자자와 신뢰 구축은 믈론 주주에게도 이득이 되는 주주환원 구조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이종승 IR큐더스 대표는 “IR이라고 하면 많은 기업들이 오로지 주가를 위한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별개로 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며 “IR에 대한 의무와 필요성을 인식해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음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고 이는 곧 투자로 이어져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간 IR이 주로 오프라인에서 기관투자자나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졌던 만큼 코로나19로 IR활동 위축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언택트 문화 확산을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IR을 고민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화상 IR을 통하면 보다 쉽게 더 자주 더 많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알리기를 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과거 대면미팅 위주의 IR방식이 화상IR, IR웹캐스팅, 컨퍼런스콜 등 다양한 언택트 IR활동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IR의 저변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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