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PEF의 이른바 ‘10% 룰’이 사라지면 한국에서도 미국의 엘리엇 매지니먼트와 같은 행동주의(activism) 사모펀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란 대기업 등의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는 투자 기구다.
사모펀드 제도 개편…PEF ‘10% 룰’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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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으로 10% 룰이 사라지면 PEF의 소수 지분 투자를 가로막던 빗장이 사라진다. 신생 기업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거나 대기업의 일부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PEF가 시가총액이 50조원이 넘는 현대차(005380)에 투자하려면 10% 룰에 따라 주식을 5조원어치 넘게 사야 한다. 사실상 PEF의 대기업 지분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10% 룰 폐지로 국내 PEF도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처럼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의 지분 1~2%를 취득해 지배구조 개편,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행동주의 전략을 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EF에 몰린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 투자가의 투자금은 지난해 말 출자 약정액 기준 97조원에 육박한다. 기관의 대체 투자 수요가 확대되며 펀드 하나의 출자액이 조 단위를 넘어서는 공룡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의 소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한 셈이다.
PEF 제도에 정통한 한 자본시장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는 PEF와 달리 10% 룰을 적용받지 않지만 투자 부담이 크다고 여겨 행동주의 전략을 거의 펼치지 않았다”면서 “PEF에 10% 룰이 사라지면 국내에도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펀드 설립이 활성화되는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펀드는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단순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한 종류다. 애초 의결권 행사가 펀드의 설립 목적이 아닌 만큼 투자한 기업의 경영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위해 투자자 보호 강화해야”
정부와 정치권이 대주주 견제, 소수 주주 권리 강화 등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것도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특수 관계인 포함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규정의 개정, 자회사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모회사 주주가 그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 대표 소송 제도 도입 등이 골자다.
이 같은 주주 권리 강화 방안이 PEF의 10% 룰 폐지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 대표는 “(행동주의를 활성화하려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외국처럼 이사의 신의 성실 원칙을 회사뿐 아니라 전체 주주에 대한 것으로 확대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투자자 보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