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사가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된 기존 약물로 새 시장을 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적응증을 넓혀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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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증 확대 연구 왜?...개발 기간, 비용 단축 등 두 마리 토끼 잡아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후 승인까지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10여 년에 걸쳐 2~3조 원이 든다고 알려졌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제약사가 자사 약물의 적응증을 확대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머크의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폐암 등에서 신세포암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신세포암은 신장에서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30%가 전이성 암으로 발전한다. 이어 지난 3일에는 국내 제약사인 코오롱티슈진(950160)이 무릎 골관절염 관련 세포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한 인보사(미국 프로젝트명 TG-C)’를 골반(척주와 다리 사이에 있는 뼈)과 대퇴골(허벅지 뼈)을 잇는 고관절 골관절염 치료에도 쓸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 2상 연구계획서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적응증 확대 연구를 통해 이들 두 회사가 신약 개발 개발 기간과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키트루다는 2014년 FDA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다음, 전 세계에서 수십 가지 암종에 대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그 결과 올해 FDA로부터 신세포암에 대한 허가까지 받아 냈다. 이 약물은 국내에서 2015년 흑색종 2차 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은 뒤 신세포암, 방광암 등 11개 암종으로 적응증을 꾸준히 확장해 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머크가 적응증 확대 연구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신약 개발기간을 최소 8~10년 이상, 신약 개발 비용은 최소 20~30% 이상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하고 있다.
인보사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한 FDA의 결정에 대해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인보사는 개발 초기부터 비슷한 계열의 질병인 고관절염이나 퇴행성 척추 디스크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근거를 축적해 왔다”며 “미국에서 임상 1상 없이 2상을 바로 진행하게 되면서 개발 속도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암이나 염증 질환 관련 약물에서 적응증 확대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생명공학계 한 연구자는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회피하는 기전이 다른 암에서도 발견되고 염증 질환과 관련해 널리 나타나는 신호물질도 관련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며 “국내외 회사들이 암 또는 염증 관련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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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에서 치매 신약으로, “적응증 확대 가능성은 열려있어”
최근 국내에서 한 가지 항암제를 4가지 암 질환에 적응시키려는 신약 개발 시도부터 항암제를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로 확대하려는 시도까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하고 있다.
또 젬벡스앤카엘은 췌장암 면역항암제로 출시한 ‘GV1001’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임상 3상 진행)와 알츠하이머 치료제(임상 2상 진행)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젬벡스앤카엘 관계자는 “GV1001이라는 후보물질이 우리 몸 전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항염증, 항산화 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립선이나 알츠하이머 관련 문제에서도 충분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 중이며, 개발 완수를 위해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