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퍼펙트 스톰'…고물가·고금리·고환율①[33rd SRE][Cover]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되살아나
내년에도 금리 인상 사이클…美 금리 5% 돌파 예상
203명 가운데 126명…3차례 이상 인상 가능성
“신용 등급 상향 기조도 조만간 하향 본격화”
  • 등록 2022-11-21 오전 8:20:00

    수정 2022-11-21 오전 8:24:38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금융위기 이후 제2의 ‘퍼펙트 스톰(총체적 경제위기)’이 몰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되살아났다. 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장기간 봉쇄 조치를 이어가면서 누적된 이연 수요와 생산·운송 차질 등이 맞물리면서 물가가 올라갔다. 이외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 봉쇄와 재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었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요인은 통화량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경제 활동을 마비시켰고, 이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과 실물경제 타격이 우려되자 각 정부와 중앙은행은 대규모 지원책을 공격적으로 실행했다. 미국의 경우 제로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리고, 무제한 자산매입을 재개했다.

각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가계와 기업에 직접적으로 돈을 공급, 시중 통화량의 막대한 증가를 견인했다. 하지만 훼손된 소득 이상으로 실업수당과 재난지원금 등을 받아 구매력을 보전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결국 코로나 사태 때 재정은 경기 반등을 견인하기도 했으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주범이기도 했다. 올해는 굳어진 물가 상승을 인지하고 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 사이클 지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에 대한 부담을 견제하기 위해 9월에 이어 11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0.75%포인트 인상)를 인상했다. 미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정책금리를 3.75~4.00%로 시장 예상대로 만장일치로 75베이시스포인트(bp·1bp=0.01%p)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6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례적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언젠가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며, 이르면 12월에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인상 속도를 줄이는 것은 덜 중요한 문제이며, 최종 금리 수준이 지난번 예상 수준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 위원들이 당시 제시한 최종금리는 4.6% 수준으로 파월 의장이 최종금리 5% 돌파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내년까지도 현재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2023년 1분기 말 미국 기준금리를 5.00%로 예상한다. 이에 국내 기준금리도 3.5%에서 3.75%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33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내년 말까지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총 203명 가운데 126명(62.1%)이 ‘3차례 이상 인상 후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CA)는 65.1%에 달하는 41명이 답했고, 비CA들은 60.7% 수준인 85명이 응답했다.

‘2차례에서 3차례 인상 후 동결’이 61명(30.0%)으로 뒤를 이었고 ‘1차례에서 2차례 인상 후 동결’이 5명(2.5%)에 불과했다. 특히 ‘현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다. 또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예상하기 어렵다’는 답변도 6명(3.0%)이 했다.

주관식으로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1~2차례 인상 후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1회 등 총 3회 이상 금리 인상”이 있었다. 또 “2~3차례 인상 후 물가 안정화에 따라 인하할 것”이라는 답과 “3차례 인상 후 내년 4분기 인하 사이클 진입”이라는 응답이 있었다.

SRE자문위원은 “보수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후 당분간 이를 유지하는 ‘스톱 앤 홀드’가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도 금리상승 사이클이 내년 하반기에는 풀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삼중고에 내년 경제 성장률 둔화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에 따른 경기 영향으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IMF는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7월에 제시했던 전망치 2.1%보다 0.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앞서 IMF는 지난 4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했다가 7월에 0.8%포인트 하향한 2.1%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위축되면서 내수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 한국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525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감소했다. 월별 기준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월별 수출액은 올해 5월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이어왔지만 6월(5.3%)부터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더니 결국 감소로 돌아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 해석이다. 특히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17.4%)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석유화학(-25.5%), 철강(-20.8%) 등의 실적도 악화했다.

수출이 줄어든 반면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9.9% 증가한 592억달러로 무역수지는 6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인데 이는 외환위기 전이던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이렇다 보니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세미나에서 1.9% 성장 전망을 언급했다.

SRE자문위원은 “금리 인상에 대한 체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의 환경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기업을 비롯해 개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이 커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리 인상에 따른 어음부도율 상승과 금융기관 연체율 등의 위험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한 5점 척도(매우 그렇다 5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 질문에 평균 3.90점이 나왔다. CA들은 4.05점이나 줬고, 비CA들은 3.83점을 줬다.

신용 등급은 상향 기조…“조만간 하향 본격화”

경제위기 발생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상향 기조는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33회 SRE에서 등급상하향배율(3사 단순평균)은 2021년 9월 말 1.06배에서 지난 9월 말 2.13배로 높아졌다. 상하향배율이 1배를 넘었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내려간 회사보다 올라간 회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는 보는지에 대한 5점 척도 질문에 2.59점을 줬다. CA들은 이에 대해 2.30점을 매겼다.

SRE자문위원은 “최근까지의 등급 상승은 코로나19 이후 회복된 실적을 반영한 것”이라며 “금리 상승의 영향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시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상 여파는 기업 실적에 후행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 판단했다. 총 203명 가운데 78명(38.4%)이 ‘조만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외 58명(28.6%)은 ‘신용평가사가 등급 하향 조정에 소극적이다’고 답했다. 또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과 달리 견조한 영향이 크다’가 37명(18.2%),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이 제한적이다’가 23명(11.3%) 등이 뒤를 이었다.

SRE자문위원은 “수년간 보수적 평정으로 펀더멘탈이 걸러진 상태”라며 “상위 등급과 하위 등급 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일부 민간 업종을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 '내려오세요!'
  • 행복한 강인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