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보복]韓 여행상품 금지, 한류에 잇단 타격

  • 등록 2017-03-03 오전 11:09:10

    수정 2017-03-03 오전 11:09:10

그룹 빅뱅이 지난해 8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 관객 6만명 규모의 단독 콘서트.(사진=YG엔터테인먼트) 중국의 한국여행상품 금지 조치로 K팝 스타들의 이 같은 대규모 단독 콘서트가 더 이상 개최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상품 판매 중단 지시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수근 인넥스트트렌드(공연기획사) 대표는 3일 “중국 팬들은 최근 수년간 급증해 이제는 일본 팬들에 이어 한류의 해외 팬 규모로는 2위에 해당한다. K팝 스타들의 국내 공연을 찾는 중국 팬들의 비중은 전체 관객들 중 10% 이상일 것”이라며 “이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에 이어 또 한번의 충격파다.

먼저 이번 조치로 한국을 방문해 직접 공연장을 찾는 중국 팬들의 규모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팝 스타들을 내세운 대중음악 업계에서는 공연이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연기자 한류스타들이 국내에서 개최해온 팬미팅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팝과 드라마를 통한 한류스타들의 팬들 중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빅뱅, 엑소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한국에서 개최하는 공연에 관람을 오는 팬들은 이미 한국 팬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한류스타들의 스케줄이 예정된 장소 곳곳에서 스타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외국 팬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공연장에서는 중국어, 한국어, 영어 등으로 된 응원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각 K팝 스타들의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는 중국 팬들의 모습은 공연장을 몇차례 가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익숙할 만큼 흔하다.

현재 한국을 방문하는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 여행객은 약 60%, 단체 여행객은 40%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단체 여행객의 대부분이 여행사를 이용하고 개별 여행객도 절반 정도는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연 관람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K팝 팬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저렴하게 이용하려면 여행사의 상품을 구매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여행사들에서는 한국에서 인기 K팝 스타들이 대규모 공연을 개최하면 해당 공연을 중심으로 여행상품을 구성해 내놓기도 했다. 여행사가 콘서트의 공식 협찬사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콘서트 관람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구성해 해외 관객들을 유치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한류 배우들의 경우는 여행사와 협의해 국내에서 해외 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팬미팅을 갖기도 했다. 중국 팬들만 모객하는 상품도 당연히 있었다.

대부분의 K팝 스타들은 월드투어, 아시아투어 등 투어 공연의 시작 및 마지막 앙코르 장소를 서울을 정한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팬들이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 와서 직접 관람할 만큼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류 배우 팬미팅은 스타와 팬이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물론 이번 조치가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직접 항공권을 구매하고 숙소를 잡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이 초행길이라면 아무리 K팝 스타를 좋아하고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도 여행사 없이 선뜻 여행을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중국 관객들의 위축은 K팝 스타들의 국내 공연 규모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인기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K팝에 중국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이었지만 인구수와 경제규모 등에서 벌써부터 그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며 “빅뱅이 지난해 6만석 규모의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했는데 이번 중국 정부의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금지가 장기화된다면 K팝 스타들이 그런 규모의 단독 콘서트를 하는 모습을 다시는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에 이어 자국 여행사들에 한국여행상품 판매 중단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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