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감정", 日불매로 되새기는 100년전 이완용의 말

  • 등록 2019-07-13 오전 8:03:00

    수정 2019-07-13 오전 8:03:00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촉발된 가운데, 불매 캠페인을 비토하는 정치인 등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운동의 정당성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불매 운동을 지지하는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제 강점기 부역 분자들의 행태를 되새기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100년 전인 1919년 3.1운동 당시 희대의 매국노 이완용이 신문에 게재한 경고문을 담은 이미지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것이 한 예다.

학부대신으로 1905년 을사늑약을 주도한 이완용은 1919년 3.1운동 당시 3회에 걸쳐 경고문을 작성했다.

당시 시위가 대규모로 번지자 4월 이완용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경고문을 게재한다. 이완용은 경고문에서 한일병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조선 인민의 안녕을 위해 병탄을 해제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친다.

먼저 이완용은 당시 조선 인민 10%에 해당하는 2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제 지배의 부당성을 폭로하며 들고 일어선 운동을 “몰지각한 아동배가 선동”하고 “다수는 부창부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일부의 선동에 무지몽매한 대중이 휩쓸려 운동이 번졌다는 것이다.

이완용은 또 “소위 민족자결주의가 조선에 적당치 않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만여천리 강토와 천백여만 정도 인구로 독립을 외치는 것은 허망한 일”이라며 조선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함을 거듭 강조하기도 한다.

이완용은 “일체의 감정을 버리고 과거 역사를 되새겨보라”며, “조선인이 동양 평화를 위하여 노력한 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일제가 동양 평화를 명목으로 침략전쟁을 일삼는 행태를 비호하는 한편 동양 세계에서 조선의 역할을 철저히 비하하는 발언이다.

이완용은 “병합 이후 근 십년 총독 정치의 결과 인민이 막대한 복지를 향유했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이같은 주장은 당시 조선 기층 대중의 피폐에는 눈 돌리고 제한적인 산업화만을 두고 국가 발전을 주장하는 오늘날 식민지 근대화론과 유사하다.

이완용은 “일시적인 감정으로 (천황의) 일시동인(평등하게 똑같이 사랑함)하시는 뜻을 오해하지 말라”며 일왕에 대한 충성도 요구한다.

이같은 이완용의 주장에서 누리꾼들은 최근 불매운동을 ‘비이성적인 열기’ 정도로 치부하는 일부 정치인, 학자들 시선과의 유사성을 찾고 있다. 불매 운동이 일본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일본과의 단교 같은 극단적 목표를 추동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이들이 캠페인을 비합리적인 행태로 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수출 규제 사태를 두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기보다 정부 대응을 비난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반일 감정으로 되갚는 것은 한일관계 발전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불매 운동을 감정적 대응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주최한 ‘일본의 경제 보복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는 극우성향으로 잘 알려진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반일정서는 어린애 같은 자존심”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유행 중인 이완용의 3.1운동 경고문 이미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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