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기업은 그동안에도 적진 않았지만, KT처럼 제도로 만들어 2년 가까이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부분 기업이 일시적인 인력난 때문에, 혹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단발적으로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2년 가까이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를 운영한 KT의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초기에는 통신망 운용이나 전송, 선로 등 KT 특유의 전문분야 기술직 직원을 확보하기 어려워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제는 이 제도 덕에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성과,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계기까지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컨설턴트의 경우 3년간 업무와 역량평가 결과 우수자, `1등 직무전문가`인 사내 자격증 보유자 등이 대상이 된다. 전·현직 직책자의 평가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인터뷰도 평가지표 중 하나로 반영된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재고용 기회가 없다는 얘기다. KT 인사팀 관계자는 “사실 정년퇴직을 앞두면 업무 집중도와 몰입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인데 제도 도입 후 퇴직까지 열심히 일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가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재고용제도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 앞에 둔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할 해법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은 저출산이 장기화하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노령인구가 800만명을 넘어서고 생산가능인구도 지난해보다 23만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를 확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정부는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정년 연장이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이다. 젊은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계는 정년이 연장되면 비용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근속기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직급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때문에 퇴직자를 계속 고용하는 것은 곧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과 같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KT와 같은 재고용의 경우 기업으로서도 전문 인력을 쉽게 활용하는 동시에 노동비용도 이전보다 덜 들기 때문에 정년 연장에 비해 부담이 적은 편이다. 퇴직 직원을 재고용하면 기존보다는 적은 임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KT 역시 시니어 컨설턴트에게는 일정 수준의 정해진 임금을 지급하는데, 이는 퇴직 전 임금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도 올해부터 중소기업이 정년퇴직한 직원을 3개월 이내 재고용하거나 정년이 지나도 계속 고용할 경우 인건비 보조에 나서고 있다. 1인당 한 달에 30만원씩, 3개월 총 9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재고용과 고용연장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고용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노동비용 부담이 줄어드니 나쁘지 않은 제도라 앞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특정한 기술이 있는 분야에만 한정될 수 있어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산업 분야별, 직종별로 각기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