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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강국 관문 M&A]②"신기술發 M&A 예고에도 국내는 공동연구뿐"

mRNA 모더나, GSK·사노피 전통 백신 강자 따돌려
혁신 기술 한방의 위력 증명...지각변동 및 M&A 자극
공동연구 넘는 M&A 나서야...해외·신기술·벤처 키워드
  • 등록 2021-03-19 오전 6:00:00

    수정 2021-03-19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제약업계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는 시기는 크게 2가지다.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이 줄어들 때와 새로운 신약개발 방식이 등장할 때다. 2016년 25개까지 줄었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는 최근 30~50개로 회복했다. 반면 신약개발 방식의 기술적 측면에선 mRNA(메신저 리보핵산)백신 기술의 첫 상용화로 신규 모달리티(신약개발 방식)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의 얘기다.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가 M&A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수년 내에 기술변화에 따른 산업 재편과 거기서 촉발된 전세계적인 인수합병의 파고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급부상한 mRNA 백신 기술의 위력은 혁신 기술 하나가 산업 지형 전체를 어떻게 뿌리채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혁신 기술발(發) M&A를 불러오는 전조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바이오벤처에 불과했던 모더나는 mRNA백신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10년 걸리던 백신 개발을 단 10개월에 해치웠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mRNA-1273)의 올해 매출 전망치로 21조원(184억달러)를 제시해 혁신 기술의 상업적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반면 기존의 백신 강자 GSK와 사노피는 전통적인 단백질 재조합 백신 개발에 매달리다 사실상 백신 개발 경쟁에서 뒤쳐졌다.

하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다국적 제약사가 mRNA 하나쯤은 확보해야 안심을 하는 상황”이라며 “백신 승인 속도와 효능의 놀라움을 보여준 mRNA플랫폼에 대한 기술도입이나 인수합병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국내는 혁신기술 확보를 위해 아직 공동연구 수준의 ‘느슨한 대응’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크가 mRNA 관련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처럼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최신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mRNA백신 개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협력에 나섰지만 모더나와의 공동연구를 논의하는 수준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원료의약품 생산 계열사 에스티팜(237690)도 mRNA 백신의 가장 핵심기술 중의 하나인 ‘지질 나노 입자’(LNP, 불안정한 mRNA 안정화 기술)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이 역시 아직 이화여대와의 공동연구 정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는 인수합병의 무풍지대라 할 만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의미 있는 인수합병도 셀트리온(068270)의 다케다제약 일부 사업부(아시아태평양 프라이머리케어) 인수와 제넥신(095700)의 툴젠 최대주주 등극 외에는 눈에 띄는 게 없다.

셀트리온(068270)의 경우 다케다를 통해 부족한 화학합성의약품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제넥신은 유전자 교정에 활용하는 툴젠의 미래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타 인수합병은 국내 업체간의 인수합병이라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의 전체 거래건수 대비 자국 내 M&A 비중은 88%로 자국 내 거래건수가 상위 10개국 중 가장 높다.

사실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는 2015년에 한미약품(128940)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하기 전까지 ‘영세함’과 ‘내수형’, ‘복제약’ 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정리되는 시장이었다. 지배구조 역시 오너 경영이나 세습이 많아 부족한 자금력을 상쇄할 지분 교환 방식의 인수합병도 불가능했다. 사업구조 역시 리베이트(뒷돈)를 통해 복제약을 파는 데 그쳐 인수합병을 할 유인조차 없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인수합병에는 돈이 많은 드는 데다 국내 회사들끼리는 A+B를 해봐야 A나 B가 나온다”며 “글로벌 수준의 최첨단 기술을 먼저 섭렵할 수 있는 힘은 그런 기술을 가진 해외 벤처를 발굴한 뒤 인수, 자회사 합병, 조인트 벤처 등을 통해 미들딜(중간 규모의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투자형 지주회사 SK(034730)(주)의 공격적인 해외 바이오기업 투자와 인수합병은 K바이오의 퀀텀점프를 가져올 M&A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SK는 지난해 말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와 손잡고 2200억원을 투자해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프로탁 PROTA)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일종의 조인트 벤처 형태다. 프로탁은 질병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하는 새로운 약물 개발 방식으로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기존 방식보다 효능이 뛰어나고 내성도 적다는 기대를 받는 신기술이다. 이 사례는 자금력이 탄탄한 전주(錢主)인 대기업이 나선 데다 프로닥이라는 해외의 최신 신약 개발 방식 기술이 있는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SK가 지분을 갖게 될 로이반트 자회사도 파이프라인별로 다른 자회사와 개별적으로 설립되는 형태라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 주도로 이뤄진 미국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코이뮨의 인수건도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2019년 제넥신(095700)과 손잡고 미국의 아르고스테라퓨틱스를 인수해 간판을 코이뮨으로 바꿔달았다. 당시 아르고스는 면역항암제 임상3상에 실패, 경영위기에 처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고 경매를 통해 아르고스를 12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사업구조 개편과 4500만 달러(51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시리즈A)유치에 성공하면서 나스닥 상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간의 협력으로도 글로벌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인수 후 구조를 개편하고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이끌어내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인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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