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채권전망)"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기"

  • 등록 2001-12-31 오후 2:24:46

    수정 2001-12-31 오후 2:24:46

[edaily] 2002년 채권시장은 안팎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것같다. 2000년 이후 지속된 금리 하락 기조가 올 4분기부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금리하락의 원동력이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라면 올해 채권시장의 최대 재료는 "경기침체(recession)"였다. 내년 채권시장은 "경기회복의 속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가평가 실시 이후 첫 약세장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002년은 말띠해. 달리는 말에서 누가 안전하게 뛰어내리느냐를 겨루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회복의 변수들 9.11 테러 이후 국내외 경제지표는 쇼크에서 벗어나 신속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책당국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기관, 경제연구소 등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2년 성장률 전망
               2001년 2002년
한은           2.8     3.9
KDI            2.7     4.1
ING            2.5     4.0
SSB            2.8     5.2
SK증           2.9     5~6
삼성경제연     2~3     3~5
LG경제연       2.6     3.5
IMF            2.6     3.2
올해 성장률은 2%대 후반이지만 내년에는 3%대 중반에서 5%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생산이나 소비자전망 조사, 경기실사 지수 등 실물과 심리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등 세계경기와 국내 경기가 추가적인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신호"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재정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내내 연방기금금리를 내렸고 한국은행도 연초 5.25%이던 콜금리를 4.0%로 낮췄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집권이후 즉각적으로 감세정책을 실시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특소세를 낮추고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정책 구사했다. 만약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다면 각국 정부는 또 다른 경기부양책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도 경제 일정을 보더라도 각국 정부는 올해 부양책의 열매를 내년에 수확하려고 막바지 관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할 것이다. ◇세계 경제 이슈와 일정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짓고 확전을 준비하면서 9.11 쇼크를 치료함과 동시에 정치, 군사, 경제 측면에서 "힘의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밀고 나가려고 할 것이다. 반테러 차원의 군사적인 압력 못지않게 철강 수입 규제나 엔저 용인 등 자국에 유리한 경제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최근의 엔저가 미국 정부의 묵인하에 진행되는 "특수한 현상"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유로 국가들은 당장 내일부터 새로운 유로화가 통용되는 명실상부한 단일 경제권이 된다. 미국이 세계 경기회복을 선도하면서 주변 국가들의 경제를 조율하는 "제국적 자본주의의 파상 공세"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숨가쁜 정치 일정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을 치뤄내야한다. 정치적 격변기에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회복 속도와 맞물려 내년 하반기부터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월드컵 전후로 소비 경기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와 관련, 흥미있는 주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 신호로 한국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98년 IT 주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도 그 신호탄이 한국이었던 것을 주목하는 것. 한국은 올해 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기침체에 대한 저항력"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실물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중간재 수출국가라는 점을 지적한다. 자동차와 같은 완성 소비재 외에도 반도체나 각종 IT 부품의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면 시차를 두고 완성품 생산이 늘어나고 이는 미국 등 최종 소비국가의 경기가 되살아나는 선행지표라는 해석이다. ◇채권시장 정책의 변화 내년 채권시장은 내부적으로 고도화된 투자전략을 실험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올해 채권시장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대규모 예보채 발행과 경기부양이 맞물리면서 정책당국이 저금리 기조를 조장하면 시장이 이에 맞장구를 치는 구조였다. 단순한 듀레이션 베팅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었다. 내년에도 정책당국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그 의미가 다르다. 선거를 치뤄내야하고 경기회복 속도에도 채찍을 가해야한다. 경제가 바닥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뜀뛰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금리가 올라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저금리가 절실했다. 구조조정과 경기침체때문이다. 그러나 펀더멘털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할 이유는 없다. 올해는 40조원의 예보채를 새로 발행해야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내년에는 그런 부담도 없다.(올해 정책당국자들이 왜 그렇게 자주,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이 금리에 대해 코멘트를 했을까 생각해보자.) 정책당국은 이제 일상적인 시장 관리자로서 자기 필요에 의해 20년 이상 장기국채 발행을 추진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내년에는 10년만기 국고채도 매달 발행된다. 올해는 국고10년물을 발행, 단기물을 바이백(Buy Back)했다. 단기간에 재정적자를 흑자로 만들기 어렵다면 정부는 채권 발행자로서 장기물을 선호할 것이다. 정부는 채권시장에 대해 올해와 같은 "적극적 관리자"에서 "소극적 관리자"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내년 당국자들의 코멘트가 좀 더 은유적이고 세련되게 변하는지, 아니면 올해처럼 좌충우돌식으로 성급하게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도 정책변화를 읽어내는 포인트다.) ◇시장의 미시구조와 유연한 전략 내년은 외환위기 이후 양적으로 성장해온 채권시장이 질적인 성숙 단계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내년은 듀레이션 베팅만으로는 충분히 돈을 벌기 어렵다. 채권수익률을 결정하는 변수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변수들, 수급이나 기관의 자금 흐름, 투자성향의 변화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2002년 채권 만기 현황 내년에는 모든 채권의 만기가 골고루 분산돼 있다. 올해처럼 회사채 신속인수나 프라이머리CBO 등 회사채 차환 발행을 위한 특수한 장치를 개발할 필요도 없다. 98년 러쉬를 이뤘던 3년만기 회사채 발행이 2001년 만기를 맞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올 연말에는 "기업 자금사정 악화"라는 연례 행사도 없었다. 통안채 만기도 월별로 고르게 분산돼 있다. 무엇보다 공급측면에서 골치거리였던 예보채 발행이 없다. 국채 만기가 길어지고 발행량이 소폭 늘어났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기관별 투자성향을 분석해보면 내년 채권시장은 이중적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채권 비중이 커지면서 연기금이나 보험권, 은행투자계정 등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단기딜링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사채 투자전략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기관별 순매수 동향을 보면 기금공제와 투신권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반면 은행권은 회사채 투자에 인색했다. 내년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은행권 투자계정이 회사채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은 내년에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도 하겠지만 상품계정의 단기 채권딜링으로 재미를 볼 것이 없다고 하면 우량 회사채를 인수한 후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기관별 회사채 순매수 (단위=10억원 자료=증권전산)
         은행  보험   투신  기금공제  기타법인              
2001년  10282  6831  13213   11002    13036
2000년  14138  7320   6945    4816     8254
채권시장의 평면적인 조건들은 수익률에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내년 채권시장의 특색을 결정하는 요소는 이같은 평면적 조건보다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나 "파생상품 이용 능력"과 같은 입체적인 변수들이다. 금리스왑(IRS)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 일부 투신사들만 참여했던 IRS 시장에 국내 다른 은행과 투신사들이 참여함에 따라 IRS는 국채선물과 같은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국채선물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과 1분기 중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옵션은 파생상품 시장을 한층 가열시킬 것이다. 금리옵션의 등장은 국채선물과 연결, 합성옵션에 의한 차익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현물 수익률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차익거래가 활성화되면 고질적인 국채선물 저평가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국채선물 저평가가 줄어들면 "저평가 때문에..."라는 핑계가 없어지고 선물의 현물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시장의 미시구조 측면에서 수익률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펀더멘털, 수급, 기관동향 등이 전체적인 수익률 흐름을 잡아가겠지만 국채선물 등 파생상품에 의한 돌발적인 가격 변동과 교란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채 스크린 매매 확대, 현선물 매매 수수료, 증권사에 대한 장외파생상품 허용 등 시장 주변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펀드매니저나 브로커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유연한 전략적 사고를 요구받을 것이고 조직적 차원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받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는 채권시장의 질적인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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