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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명, '바보들의 행진' 이끌다

다운로드·검색·채팅…디지털 중독
고급정보확보·판단능력 떨어져
가장 똑똑하단 세대가 가장 멍청해
"책 읽으며 사색·토론하라" 조언
……………………………………
가장 멍청한 세대
마크 바우어라인|284쪽|인물과사상사
  • 등록 2014-12-11 오전 6:44:00

    수정 2014-12-11 오전 6:44:00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아직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는 말인데, 애플은 그들에게 이제 종이기술이 퇴물이 되었다고 알리고 싶어 합니다. 결국 온라인에 없으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안 그래요?”

동의를 구하는 건가 경고를 하는 건가. 이 몇마디가 둥둥 떠 있는 이곳은 시내 중심가의 애플스토어다. 잠깐 들여다볼까. 일단 산뜻하다. 거추장스러운 간판은 없다. 입구 양쪽에 블랙패널이 서 있고 그위엔 흰색 로고 단 두 개뿐. 안으로 들어서는 길은 랩톱과 데스크톱의 스크린으로 포장돼 있다. 누군가 마우스를 움직이면 경쾌한 아이콘이 튀어나온다. 이를 지나 아이폰, 아이팟, 디지털카메라의 산을 넘으면 대형스크린 앞에 개러지 밴드3, 파이널 드래프트, 심스2 같은 게임과 책 몇 권이 강처럼 흐른다. 판매사원은 그 산과 강 주위를 돌며 제품의 진가를 보여주려 안달이다.

그래. 여기는 디지털천국이다. 학교와 집, 회사, 또 쇼핑센터까지 통틀어 이처럼 ‘판타스틱’한 공간이 또 있겠는가. 여기선 두 종류의 세대만 존재할 뿐이다. 이미 빠진 세대와 곧 빠질 세대. 흥미로운 건 그 사이에 놓인 책 몇권이다. 앞의 ‘몇마디’ 인용은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친절한’ 지침이었다. 결국 애플스토어는 ‘책에 맞서고 있다’는 시위 중이었으니. 애플은 전시한 책 중 어떤 것도 판매하지 않고, 그렇다고 책을 살 수 있는 서점의 위치를 안내해주지도 않는다. 왜냐고? 아이튠스의 최신 업데이트를 살피는 이들에게 실물이든 사진이든 책 제목은 전혀 의미가 없으니까.

다 좋다. 어차피 핵심은 ‘디지털 대 아날로그’의 맞대결이 아니니까. 문제는 역사상 가장 세련되고 똑똑해 보이는 디지털세대의 ‘멍청이화’다. 한마디로 마우스를 쥐고 태어난 아이들의 손보다 비어버린 뇌가 심히 걱정된단 얘기다. 인터넷 연결망의 정예 멤버고, 다중작업의 선수, 복잡한 기기 속을 훤히 꿰뚫는 심미안을 가진 이들에도 빈곳이 있으니 지적 도약, 글로벌한 사고, 네티즌십의 결핍이 그거다.

디지털의 결정적 폐해를 조목조목 짚어낸 저자의 탄식이 깊다. 미국 국립예술진흥회에서 문화와 삶의 연구를 이끌어온 그는 업로드, 다운로드, 서핑, 채팅, 포스팅을 위해 철학, 문학, 사회, 인간을 내다버린 세대를 우려한다. 디지털혁명에 휘둘리느라 프랑스혁명사나 러시아혁명사는 없던 일로 치고, 정치사상은 뉴스캐스트에서나 보는 것이 됐으며, 정제된 책 속의 이론은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고 여긴다는 거다. 게다가 마우스와 손가락에 힘을 싣느라 정신적 궁핍은 인식도 못한다. “인류가 그간 쌓아온 찬란한 유산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다.” 저자의 염려는 인류 성찰의 끝에 닿아 있다. 물론 내막은 디지털을 좇는 ‘바보들의 행진’에 대한 맹비난이다.

▲디지털혁명은 위대한 ‘탈선’

“교황이 사는 곳은?” “영국이요.” “영국 어디?” “음. 파리요.” 미국서 행한 한 설문조사는 18~29세 중 56%가 평균 이하의 지식수준을 갖고 있다는 결과물을 냈다. 더 큰 충격은 50~64세가 22%였다는 것이다. 교황 사는 곳을 ‘영국의 파리’로 만들어버린 답은 당연히 젊은 세대에서 나왔다.

시작은 괜찮았다. 1980~90년대 경제·디지털혁명은 기적이었으니. 정보와 상품, 오락이 패키지로 쥐어졌다. 디지털을 입으면 재미가 생겼고 물질적 보상이 따랐다. 삐걱거린 건 진화가 탈선으로 변질되면서다. 외양만큼 정신에 대한 갈망도 커져야 마땅한데 국가와 사회조차 계몽을 잊고 있었단 말이다. 첨단으로 갈수록 간격은 더 벌어졌다. ‘미디어 사용이 미디어 사용을 야기’하면서다. 이른바 멀티태스킹이다. ‘첨단기기를 사용하느라 TV나 라디오 사용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가정은 가정으로 끝났다. 시청률과 청취율이 되레 길어진 거다.

▲민주주의 위기도 디지털혁명 탓

저자는 위기가 민주주의까지 덮쳤다고 확신한다. 미국 민주주의가 휘청이는 건 뿌리가 빈약한 지식·사고체계 탓이라고 했다. 결국 지적 빈곤이 화근이며, 배후에 디지털혁명이 있고, 이는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지 않을 거란다. 민주주의를 어디 사상가나 이론가가 만들어내더냐고 반문한 건 민주주의는 엘리트가 아닌 지식을 갖춘 시민이 이끌었다는 강조를 위해서였다.

미래에 대한 경고가 과학·기술의 경쟁력에 한정되는 것도 저자의 불만이다. 멍청한 세대의 행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들에게 내일의 그림을 그려주는 게 최소한 스마트폰이어선 안 된다는 논지다.

▲디지털 탈출이 답…읽고 사색·토론해야

‘셰익스피어는 짜증나게 하고 디킨슨은 지치게 한다.’ 디지털혁명 증후군의 제1특징은 문서 혐오다. 한계는 100장이란다. 종이 100장 이상을 마주하면 디지털 마인드가 ‘떠나버린다’고 했다. 뾰족한 방법? 없다. 처음이 그랬듯 저자는 일관되게 디지털에 맞서는 종이를 들이댄다. 고급 문화를 오래 접하게 해 취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다. 하지만 팝문화가 이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뻗친 상태에서 그런 취향은 쉽지 않다. 결국 방어책은 종이책을 읽고 토론·사색하는 거란다.

한 가지 더 있다. 지금 미친 듯이 몰두하고 있는 디지털이란 것도 사소한 갈등이 엉켜 붙은, 지나갈 혁명이란 걸 알아채는 거다. 그러니 남을 건 지식뿐인 거다. 이 미래를 위해 자못 심오한 의미를 붙였다. “그들의 시간도 곧 끝날 것이다. 습관은 계속될 거지만.” 어려워할 것 없다. 가능한 한 빨리 변화를 찾으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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