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분야 석학인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에 안방을 내주는 사례가 일반 제조업에 이어 첨단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규모를 더 키울지, 원가절감 노력을 더 기울일지 등 생존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이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로 국내 산업이 울고 웃는 상황도 벌어진다. 통신장비와 전자부품 등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본다. 때문에 다산네트웍스와 케이엠더블유, 파워로직스 등 관련 업체들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필자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화웨이는 ‘삼성 짝퉁’을 만드는 업체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사이 무섭게 성장했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에릭슨과 노키아 등 전통의 강자들을 모조리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마저 따돌리고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제 초강대국인 미국이 제재조치를 가동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할 위협적이 존재가 됐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자국을 넘어 한국시장에도 빠르게 침투한다는 점이다. BYD는 삼성전자 ‘갤럭시S10 플러스’와 LG전자 ‘G8’에 잇달아 케이스를 공급했다. 써니옵틱스 역시 지난해 말 삼성전자 ‘갤럭시J’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했다. 오필름은 수년 전 한국 터치패널 분야에 진입한 후 현재 관련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이들 중국 업체의 전략은 과거 한국 기업들과 많이 닮았다. 한국 기업들은 전자부품과 반도체장비 등 과거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과점했던 분야에 진입해 기술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전략을 중국 업체들이 고스란히 따라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화웨이를 비롯한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전방산업 업체들 역시 빠르게 규모를 키우면서 후방산업 성장을 돕고 있다. 중국이 첨단산업에 있어서 거대한 생태계를 완성한 셈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최근 ‘제조업 르네상스’를 발표하고 무너진 산업 생태계 복원에 나서기로 한 점은 반길 만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전자와 통신 등 첨단산업 보호를 위해 국산 부품과 장비를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추가로 강구해야 한다. 대기업들 역시 서플라이체인이 중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로부터 부품과 장비 등을 도입하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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