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보다 물의 소리…전통 안에서 나만의 色 찾죠"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
음악극·TV 출연 등 국악계 주목
내달 6일 '마포국악페스티벌' 공연
"이 시대에 어울리는 실내악 선사"
  • 등록 2019-07-11 오전 6:00:00

    수정 2019-07-11 오전 8:08:49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사진=마포문화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악에 전문지식이 없어도 판소리와 민요가 어떤지 모르는 이는 드물다. 최근 판소리, 민요보다 낯선 ‘정가’로 국악의 매력을 전하는 이가 있어 국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35)가 그 주인공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하윤주는 2017년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제작해 초연한 음악극 ‘적로’의 주인공 산월 역을 맡아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에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아한 외모로 정가를 부르며 시청자 이목을 사로잡았다. 7월과 8월에는 국립극장 ‘여우락(樂) 페스티벌’과 마포문화재단 ‘제2회 마포국악페스티벌’ 등 국악 대표 축제에도 연이어 출연한다.

국악계가 하윤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생소한 정가를 기반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대중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하윤주도 자신을 ‘정가 가객’이 아닌 ‘정가 보컬리스트’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소개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하윤주는 “‘정가 보컬리스트’는 정가를 전공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가는 ‘아정하고 바른 노래’를 뜻한다. 가곡·가사·시조에 선율을 붙여 부르는 노래로 주로 상류층이 즐겼다. 판소리, 민요가 서민들이 즐긴 ‘대중가요’라면 정가는 성악가들이 부르는 ‘클래식 가곡’에 가깝다는 것이 하윤주의 설명이다. 하윤주는 “국악 전공자 100명 중 3명이 판소리를 한다면 정가 전공은 1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다”라며 “사대부들이 수양을 쌓기 위해 부른 노래인 만큼 판소리, 민요처럼 널리 알려지기 힘들고 사람들도 어렵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사진=마포문화재단).


하윤주가 정가에 매료된 것은 “노래를 부르는 즐거움”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 선생님으로 만난 정가 가객 정인경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하윤주는 “정가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게 즐거워 집에 돌아와서도 화장실에 들어가 노래를 불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중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어머니의 권유로 정가를 취미로 배웠다. 이후 국악고와 한양대 국악과를 거쳐 국립국악원 정악단 준단원으로 활동하며 정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정가와 판소리의 가장 차이점은 목소리다. 판소리가 한(恨)을 바탕으로 감정을 실은 소리라면 정가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맑고 고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하윤주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감정을 갖지 않기란 쉽지 않다”며 “정가 또한 노래하는 사람의 곡 해석 능력에 따라 감정을 목소리로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가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이유다.

이번 ‘제2회 마포국악페스티벌’에서 정가의 매력을 관객에게 전한다. ‘소리의 정원-추선’(8월 6일 마포아트센터 플레이 맥)이라는 제목으로 ‘적로’를 통해 인연을 맺은 극작가 배삼식, 작곡가 최우정이 하윤주에게 선사한 곡들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정민정과 함께 마음을 치유하고 생각을 비울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가을 부채를 가리키는 ‘추선’은 사랑을 하다 헤어진 여성의 쓸쓸한 마음을 뜻하는 말. 하윤주는 “한국의 전통가곡인 정가와 19세기 서양의 가곡이 현대적인 작곡법으로 만났을 때 들려줄 수 있는 음악으로 꾸민 공연”이라며 “정가의 정형화된 느낌에서 벗어나 오직 피아노와 내 목소리만으로 이 시대에 어울리는 실내악을 들려주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7월 중에는 이번에 공연할 곡들로 채운 음반 ‘추선’도 발표할 계획이다.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 송소희 등과 협업해온 에스닉뮤직 그룹 두번째달이 발표하는 새 앨범 ‘팔도유람’에도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다.

정가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TV 출연과 같은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하윤주는 “전통의 틀 안에서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윤주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색깔은 무채색의 물이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잖아요. 저 역시 그런 물처럼 다른 음악 장르와 만나 매번 다른 색깔 속에서 나만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사진=마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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