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6년제 마이스터大’ 성공하려면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 등록 2020-01-07 오전 5:00:00

    수정 2020-01-07 오전 5:00:00

최근 교육부는 전문대에서도 석사과정까지 가능한 ‘6년제 마이스터대학’ 제도를 도입하고 시범사업으로 인공지능(AI) 석사과정 개설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마이스터(Meister)는 독일 전통 수공업의 기능공 조합인 ‘길드’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지만, 현재는 ‘해당 직업분야에 관한 지식과 이론, 실전 경험을 완벽하게 익힌 최고 수준의 기술리더’를 의미한다.

독일의 직업교육은 산업화를 거치며 단계적인 훈련 경로를 마련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자격형’ 마이스터 양성 체제로 정착하게 되었고 산업변화에 따라 대학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전문대학의 학·석사 과정 진입을 허용하게 된 배경에는 청년층 대입인구의 급격한 감소, 고령화 시대 진입에 따른 평생학습 생태계의 변화, 중숙련 직업의 감소에 따른 직업의 양극화 트렌드, 자동화와 AI로 인한 근로자 스킬 변화 가속화 등 여러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고등교육 시장은 차별화된 교육 수요자를 대상으로 전문대학, 4년제 일반대학 그리고 사이버대학 등을 포함 민간 평생교육기관까지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형 마이스터 제도가 고교단계에서부터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전문 직업교육 경로로 국가직무역량체계의 틀 안에서 학위와 자격의 연계와 통합 그리고 실제적으로 작동되고 인정받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마이스터대학은 학위나 학력을 부여하는 것에 우선하여 해당분야의 고숙련 스킬과 직업인으로서 적합한 소양을 갖춘 전문 인재를 길러내는 것에 본질적 가치를 두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마이스터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 직업교육과정의 핵심은 ‘현장학습’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아카데미를 추구하는 일반적 학문 프로그램과의 차별이 여기에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모든 활용 가능한 실제 데이터는 기업 내에 있고 제조업의 경우도 원재료 및 부품, 첨단 가공장비 등이 제조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고숙련 마이스터로 성장하려면 해당 전공분야와 일치하는 ‘학위와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는 방향으로 이론교육과 현장학습의 교과체계를 설계하고 운용하여야 한다. 이미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시행 중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이나 학위연계형 일·학습병행제에서는 현장학습에 이론적 지식을 더한 종합 스킬을 측정, 평가하는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이는 국가기술자격 시험이 기존의 정해진 시험장에서 당일 시험을 치르던 검정형 자격제도에서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로 점차 비중을 옮겨가는 추세와도 부합한다.

셋째, ‘프로젝트 기반의 문제해결형 학습’ 중심으로 수업형태가 이루어져야 한다. AI 기반 디지털 경제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협업 및 문제해결 능력, 변화 적응력, 유연한 사고력 등이다.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다재다능한 여우와 큰 것 하나를 아는 고슴도치’의 비유로 위대한 기업의 특성을 표현한 바 있다. 고슴도치는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해주는 큰 지혜를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에서 그 바탕에 깔린 패턴들을 식별할 수 있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다. 반면 여우는 고슴도치를 기습할 복잡한 전략을 무수히 짜낼 줄 아는 교활한 동물이긴 하지만 어지럽고 산만한 탓에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종합적인 개념이나 통일된 비전으로 통합하지 못한다.

산업현장의 마이스터 즉, 장인을 길러내는 일은 변화무쌍한 기술과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고숙련 직업경로를 꾸준히 개척해 나가는 고슴도치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에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수백 년의 세월이 쌓여 이루어진 독일 마이스터 제도는 오늘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일자리와 기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현재가 우리에겐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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