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지역의 주택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문제를 진화할 소방수로 땅부자인 코레일 등 공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21대 총선 3호 공약을 통해 수도권 10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서울 용산역 옛 철도정비창 부지 등에 도심 내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주변 시세보다 20% 싸게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여당과 별개로 서울시는 용산지역뿐 아니라 코레일이 보유한 역세권 부지 개발사업시 공공주택을 넣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며 “서울시나 정부와 앞으로 협의를 계속 해나가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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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2012년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이후 각종 송사에 휘말리며 이 땅을 되찾기까지 8년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지난해 말에야 법원이 코레일 손을 들어주면서 모든 소송이 일단락돼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1급인 사업개발본부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까지 수혈했다. 내부에서도 핵심요직으로 꼽히는 이 자리에 외부 개발 전문가를 앉힌 것은 코레일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공모를 통해 새로 임명된 사업개발본부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30여 년간 개발업무를 진행한 성광식 전 LH 도시재생본부장이다. 그는 천안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광명택지개발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의 사업을 진행한 부동산개발 전문가다. LH에서 활약한 택지개발과 도시재생 관련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코레일이 역세권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코레일이 서울에 보유한 땅은 용산 역세권만이 아니다. 광운대·수색·서울역북부 역세권 부지가 코레일이 앞으로 개발해야 할 사업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코레일은 서울의 주요역세권 개발 모델을 홍콩과 일본에서 찾고 있다. 홍콩은 홍콩광역철도공사가 직접 부동산개발계획을 수립해 민간의 참여까지 이끌어냈다. 일명 ‘철도 역세권 연계 개발’ 사업으로, 이를 통해 2010년대 중반까지 대규모 쇼핑몰 13개소, 오피스빌딩 5개, 공동주택 9만4000가구를 공급했다. 일본 역시 일본철도그룹(JR그룹) 등이 역사 내 호텔과 쇼핑몰을 유치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 압박’은 코레일엔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철도부지가 사실상 국가 소유인 탓에 수익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개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새로운 택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7일 코레일과 서울시가 협상조정협의회를 개최한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이다. 오는 2021년 착공을 목표로 한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내 15만㎡에 이르는 철도물류 부지를 민간기업과 함께 복합 개발하는 서울시 역점 사업이다. 코레일은 개발과정에서 업무·판매, 컨벤션, 영화관 등의 상업시설을 최대한 유치하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공공임대 등이 포함된 2466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려는 계획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보유한 4개 역세권(용산역·광운대역·수색역·서울역북부) 부지만 약 86만㎡ 규모로 19만㎡의 코엑스 면적보다 4배 더 넓다”며 “역세권 개발에 수익성과 공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손 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