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은행에 대기번호는 0번이었다. 평소 같으면 열 댓명의 손님이 있을 시간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오전 760명을 넘어서자 은행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사실상 끊겼다. 이 지점 은행원은 “대출이나 OTP카드 분실 등의 업무로 오는 고객들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서울권의 은행은 나은 편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과 DGB대구은행에서는 총 11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입점한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온 경우도 있었고 은행 직원이 직접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DGB대구은행은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확진자 전용 거점병원으로 국가 지정되며 이곳에 입점해있는 출장소를 임시폐쇄하기도 했다.
고객들도 직원들도 불안으로 위축되자 은행도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특히 이미 지난해부터 강하게 추진하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며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권이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도 전망한다. 우리보다 타격이 더 심한 중국 역시 ‘비대면’ 금융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보험감독위원회(은보감회)는 이달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앱을 통한 상담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비대면 서비스의 위험성을 보완하기 위해 안면인식이나 생체확인 등 IT와의 접목도 적극 독려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정국이 얼마나 길어질 진 모르지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untact) 시대가 가까워진 것은 확실하다”면서 “위기는 위기여도 그 상황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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