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공포심 커진 시장, 규제 대신 인센티브를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 등록 2020-03-25 오전 5:28:23

    수정 2020-03-25 오전 5:28:23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여러 대책을 보면서 주택정책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스크 수요와 공급 및 가격은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사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업체는 엄벌에 처하겠다든지, 공적 마스크를 대거 공급하겠다든지 하는 등의 조치가 주택시장에서 그동안 볼 수 있었던 조치와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는 요인은 흔히 ‘당근과 채찍’으로 요약한다. 당근이 인센티브라면 채찍은 처벌과 규제다.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채찍, 즉 처벌과 규제다. 당장 입을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처벌과 규제를 강화할 경우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나 2차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를 무조건 산간벽지나 오지에 격리해서 수용한다고 치자.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더라도 격리대상자는 그런 곳에 가지 않으려고 자신의 감염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감염이 더 확산될 수도 있다. 또한 처벌과 규제만으로는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인들의 말처럼, 위에서 정책을 만들면 아래서는 대책을 만들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처벌과 규제를 피해 나갈 방법을 찾게 되어 있다.

시장에서는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인센티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흔히 말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수요와 공급의 상반되는 움직임을 조화시켜서 균형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격이다.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내면, 그런 것은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그런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반박한다. 주택정책에서 보듯이 수요와 가격은 억제하고, 공급은 공적 마스크처럼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자고 한다.

정치나 행정은 기본적으로 권력의 행사를 통해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다. 경제나 경영은 시장참여자 간에 협상과 거래를 통해서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나 행정은 처벌과 규제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경제나 경영은 인센티브를 중시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정치나 행정이 경제와 경영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주택, 보건, 교육, 환경, 안전 가릴 것 없이 정치와 행정이 나서서 민간을 교정하고 계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듯하다. 당장 효과를 내려면 처벌과 규제가 필요한 듯이 보인다. 비전문가들로서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안하기보다 처벌과 규제가 더 쉽다. 가격이 오르면 상한제를 도입해서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공급이 부족하면 사재기한 사람을 잡아서 처벌한다고 엄포를 놓아서 매물이 나오도록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처벌과 규제는 급할 때 잠시 활용할 수 있는 임시방편이다.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폭격이고, 두 번째는 가격통제’라는 말이 왜 오랫동안 인용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속가능한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소 감소하면서 진정될 듯한 모습은 다행스럽다. 대신에 이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될 것 같은 공포감이 되살아났다. 유가 하락과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에 뒤이어 많은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은 다음 경제위기의 방아쇠를 부동산시장이 당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도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와 더불어 주택 거래량 급감과 가격하락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 3월부터 시행되는 주택구입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등이 경기하락과 맞물리면서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규제를 강화해서 주택수요를 억제하고 가격상승을 억눌러 왔지만, 경기하락 국면에서는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주택정책은 시차가 존재한다. 주택경기가 정점에 있을 때 도입한 규제는 경기하락 시점에서야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주택경기가 저점에 있을 때 도입한 부양책은 경기상승 시점에서 과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제는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인센티브에 기반한 정책을 준비할 때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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