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가정맹어호에 숨은 교훈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1-05-12 오전 6:10:00

    수정 2021-05-12 오전 6:10:00

가혹한 세금을 거두고 재산을 빼앗아 가는 가렴주구를 견디다 못해 호랑이에게 물려가더라도 산속에 들어가 살겠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교훈은 무엇일까? 세금에 짓눌리기도 했지만 세금부과 원칙과 기준이 없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약한 벼슬아치와 그 하수인들이 마음 내키는 세금을 부과하니 그들 눈에 벗어나다가는 얼마만큼 세금을 내야 할지 예측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욕심 사납고 변덕스러운 탐관오리가 부임하면 그저 눈치나 보고 처분만 기다리다 다 빼앗겨야 하는 재앙이 닥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인(仁)을 바탕으로 한 인간성 실현’에 최고 가치를 두었던 유교시대에 점잖은 선비라면 탐욕에 찌든 망나니에게 뒷거래로 뇌물을 건네는 행위는 참을 수 없는 수치였다. 품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뇌물 먹이는 짓거리는 뇌물 먹는 행태와 다름없는 치욕이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듯이 인간으로서 체면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호랑이에게 물려갈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산속으로 피해야 했을 게다. 공자(孔子)는 가정맹어호 일화를 통해 세금부과에 정당성 확보와 신중을 기해야 백성을 화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사람은 최소한의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도 전했다고 판단된다.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공시가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 보니 납세자들은 세금부과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전근대적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사정없이 늘어난 세금 내기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찜찜하고 불안하지 않겠는가? 정부 의견처럼 투기적 동기에 따라 현재 집값이 매우 높다고 가정하면, 가격이 언제 내릴지 모르는데 공시가격을 실거래 가격의 90%까지 상향 조정하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보다 높아지면, 실현되지 않은 가상가격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해괴한 사례가 되는 셈이다. 업무처리 파행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의혹 생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만 부조리의 재발을 막고 사회 불신을 극복하여 화합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실거래 가격에 대한 공시가 산정비율이 급등하면서 무거워져 가는 세금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저항심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어느 백발노인은 “부동산시장안정을 장담하다 어긋나자 백성의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고 징벌로 세금 폭탄을 터트리니 정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걱정한다. 한 중년신사는 “그들이 장담하듯 20년 동안 집권하며 세금을 마구 걷다보면, 남아나는 것이 없어져 결국 재산권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며 두려워한다. 무거운 세금이 힘에 부쳐 가뜩이나 엷어지고 있는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삶의 의욕을 잃게 할까 겁난다는 충정이다. 어떤 자칭 애국자(?)는 “세금인상 긴급조치는 ‘선출된 권력’이 일사불란하게 추진하였으니 불평하지 말고 백성으로서 도리를 다하라”고 주장하여 말문을 막히게 한다. 이래저래 후회하는 마음을 달래지 못하여 자괴감에 시달린다는 좌파(?) 지식인도 있다.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영이나 모두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신뢰가 구축되어 사회적 수용능력이 커져 성장잠재력이 확충된다. 투명성은 사물의 실체나 행위의 진행과정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이게 함으로서 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된다.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자신만 옳다고 착각하는 인사들이 날뛰다 보면 막상 그들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할 백성의 삶을 외면하기가 쉽다. 원칙 없는 힘의 논리에 따라 법조문을 그때그때 땜질하거나 구부러트리는 ‘입법 폭력’이 일어난다. 법이 얼기설기 꼬이고 복잡할수록 투명성이 희미해지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지탱하는 시장질서는 흐트러진다. 구두로만 정의를 외쳐도 민주주의 허울은 지워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장경제 체제에서 과도한 과세나 가격통제는 어쩔 수 없이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시민 삶의 수준을 저하시키기 마련이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기원전에 있었던 가정맹어호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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