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2030 청년층 빚, 코로나에 84兆 불어났다

2030세대 청년층 빚, 6월말 460조원으로 추정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중 42%는 2030세다가 매입
주택·전월세, 수급 불안에 가격 상승 기대감 여전
  • 등록 2021-09-29 오전 7:35:00

    수정 2021-09-29 오후 10:45:35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에 20평대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했다. 전세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그 집에 들어가서 살기 위해선 10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더 늦어지다간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한 채 끝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다. 빚투(빚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하고도 모자라 부모님한테도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북 아파트의 모습.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빚투, 영끌로는 모자라 부모, 조부모한테까지 도움을 받아 집을 사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패닉 바잉(공포 매수)’이다. 올 들어 서울 지역 아파트의 42%는 20·30세대가 매입했다.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다 보니 이에 따른 가계 빚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20·30세대의 대출잔액은 460조원 안팎으로 추정돼 가계 빚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무려 84조원 급증했다.

20·30세대 가계 빚, 459조원

한국은행이 신용정보원으로부터 대출자 100만명의 자료를 받아 이를 표본으로 전체를 추정한 결과 20·30세대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말 전체 가계대출의 26.9%에 달했다. 이를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에 대입해 분석해보면 20·30세대의 가계대출은 약 458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이었던 2019년말 374조7000억원 대비 무려 84조원 급증한 것이다.

청년층 빚은 2017년 19조4000억원, 2018년 34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9년엔 4조4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작년엔 무려 65조9000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DB에서 분석한 청년층의 가계대출 비중을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에 대입해 자체 추정.


청년층 빚이 증가하는 것은 주택과 관련이 깊다. 주택, 전세 가격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벼락거지’라는 용어가 생기는 등 무주택자가 상당수인 청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 빠른 속도로 오르는 집값은 가만히 있다가는 평생 내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공포감을 안겨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거래가 지수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올 7월말 현재 2019년말 대비 33.5% 급등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면 각각 36.0%, 23.5% 올랐다.

아파트 값 급등을 지켜보던 청년층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매매시장으로 뛰어들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청년층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전국 기준 28.3%, 서울 31.8%에 불과했다. 작년엔 이 숫자가 각각 29.2%, 37.3%로 뛰더니 올 들어 7월까진 누적으로 각각 31.0%, 41.9%로 급등했다.

전세 가격 급등도 청년층 빚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청년층은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아 전세자금 대출 비중이 청년층이 진 주택담보대출의 25.2%로 높은 편이다. 다른 연령층이 7.8%인 것에 비해 세 배 이상 높다. 즉, 주택 구입 외에 전세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전세자금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수요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올 6월 현재 2019년말 대비 21.2% 상승했다. 서울은 18.5%, 수도권은 21.5% 급등했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영끌·빚투로도 해결 못해…부모 세대로 부담 전가

청년층이 높은 주택, 전세 가격을 부담하느라 빚이 급증한 것은 청년층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대출 규제와 청년층의 높지 않은 소득을 고려하면 집을 사기 위해 또는 비싼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20·30세대가 부모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중위 소득으로 중간가격의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선 무려 6월 말 현재 월급 한 푼 안 쓰고 18년 5개월(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 부모 세대 또한 자녀의 내집 마련을 위해 노후자금을 줄여 자녀가 집을 사는 데 보태거나 자녀 대신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집 한 채에 청년층은 물론 부모 세대 부담까지 맞물려 각 세대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커지고 있다.

8월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한 한 금통위원은 금융통화위원의 의사록에서 “주택 가격 상승은 주거 형태에 따라 시차를 두고 주거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거비는 식료품, 의류, 의료비 등 모든 국민들의 필수 생활비용임을 고려할 때 이의 가파른 상승은 국민소득의 실질구매력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젊은 세대의 위험 선호 강화, 결혼·출산 지연과 같은 사회적 비용도 크다”고 밝혔다.

문제는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주택 매매와 전월세시장에선 (청약대기 수요, 입주물량 감소 등) 수급 불안 우려 등으로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8월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재개발, 재건축 등 수도권 정비사업의 추진 속도 등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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