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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3할 타자와 10승 투수. A급 선수를 가르는 잣대로 통용되는 수치다.
그러나 숫자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이다. 진정한 A급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것이 몇가지 더 있다.
조범현 KIA 감독과 김시진 넥센 감독에게 이들이 A급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들의 답 속엔 비단 둘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생각해봐야 할 '야구'가 들어 있었다.
안영명은 지난해 생애 첫 10승(11승) 고지를 밟았다. 올시즌에도 5승(1패)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평균 자책점이 너무 높다. 지난해엔 5.18이었고 올해는 7.68이나 된다. 좋은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차이가 컸음을 의미한다.
조범현 감독은 안영명이 갖고 있는 재질에 높은 점수를 줬다. 묵직한 직구와 날 선 슬라이더의 조합이 인상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공 하나에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조 감독은 "피홈런이 많다보니 자책점도 늘어난다. 결정적인 실투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유리한 카운트에서 홈런을 맞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영명은 지난해 무려 34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인상적인 건 타자보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맞은 홈런이 많다는 점이다. 1-0, 1-1, 2-0,,2-1에서도 홈런을 7개나 허용했다.
조 감독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쪽 사인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럴땐 몸쪽 스트라이크를 던지지만 의식적으로 타자쪽에 더 붙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실투(볼)가 되더라도 타자가 좋은 타구를 만들수 없다. 볼이 돼도 또 기회가 있지 않은가. 그냥 몸쪽을 던진다고만 생각하니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나오는 것이다. 결국 그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수는 코스와 구종에 대한 사인을 낼 뿐, 정확히 어디까지 왔으면 좋겠다는 상황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투수가 그 사인에 담겨 있는 여려 의미를 잘 헤아렸을 때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 감독은 지금 안영명에게 그 부분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치지 않고도 나갈 수 있다"
장기영은 올시즌 정말 잘 해주고 있다.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하며 이 부문 7위를 달리고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지 이제 3년. 정말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빠른 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19개의 도루로 SK 정근우를 제치고 공둥 3위로 뛰어올랐다. 정수성의 장기 공백으로 고민에 빠졌던 넥센의 톱타자를 훌륭히 꽤찼다.
그러나 장기영은 아직 매우 많이 나가는 선수는 아니다. 볼넷이 적기 때문이다. 장기영은 23일 현재 21개의 사사구를 얻는데 그치고 있다. 이 부문 55위다.
출루율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장기영의 출루율은 3할8푼4리. 낮은 편은 아니지만 타율에 비해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시진 감독은 "이제 치는 재미를 알게 됐고 또 정말 잘 쳐주고 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한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 늘 치고 나가려고만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가 좋지 못했을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격감이라는 건 하루 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좋지 않았을 때 버텨주는 힘이 있어야 진정한 팀의 주전 톱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볼넷 얻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타격감이 나쁠 때도 출루하며 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다리가 있으니 나가기만 하면 되지 않는가. (타격감이 좋은)지금부터 대비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할 수 있다. 톱타자라는 책임감을 생각해서 치지 않고도 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