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인생은 한방이다!`
로또 당첨자의 얘기가 아니다. 연기자들의 인생이 그렇다.
조, 단역급으로 작은 역할이 주어졌지만 인상적인 연기로 단숨에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으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연기자들이 최근 들어 다수 배출되고 있다.
스타로 불리는 배우들 중에는 눈에 띄는 외모, 기획사의 지원 등으로 단숨에 주조연급 배역을 꿰찬 뒤 꾸준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연기자들은 이름조차 대중들에게 알리지 못한 채 조, 단역에서 머물렀다. 그렇게 배우 인생을 마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역할을 믿고 맡길 만한 연기자로 드라마, 영화의 제작진은 알지만 시청자, 관객들은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 인기 상승 중인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염경자 역을 맡고 있는 최하나,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에서 달문 역을 연기 중인 민복기가 대표적이다.
◇ 작은 역할 크게 만들며 `존재 각인`
이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최하나에 대해 “`산장미팅`에 나왔던 사람 맞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경자 귀엽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경자는 극중 주인공 강모(이범수 분)의 한강건설에 입사하고 소태(이문식 분)와 로맨스도 진행될 것으로 보여 최하나의 향후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민복기는 `로드 넘버원` 3회에 등장, 아내 봉순(김여진 분)에게 고무신을 사주기 위해 길을 찾다 강제 징집을 당해 부인과 생이별하는 눈물겨운 장면으로 `고무신 커플`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눈길을 끌었다. 이후 민복기는 아내가 보고 싶어 탈영을 하는가 하면 전쟁터에서 총 한번 못쏘고 두려움에 떠는 등 전쟁을 모르고 살던 서민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민복기는 극단 차이무 대표이며 연극배우뿐 아니라 연극 연출가, 작가로도 이력을 쌓아왔지만 안방극장은 `로드 넘버원`이 데뷔작이다. 첫 드라마부터 확고한 발판을 마련한 셈.
이들에 앞서 연극무대에서도 잔뼈가 굵은 배우 겸 성우 이상훈은 SBS `바람의 화원`에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를 비롯해 이상훈은 드라마, 영화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눈길을 끌어 스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본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 인터넷서 이슈, 자고 일어나니 스타
과거였다면 존재감이 없었을 수도 있는 역할의 배우들이 두각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한 관계자는 시청자, 관객들의 관점 변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주, 조연 등 비중이 큰 역할들에만 집중을 했는데 요즘 시청자, 관객들은 주인공 외에 역할에 잘 어울리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게까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 단역 캐스팅까지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지다 보니 제작진은 역할과 배우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판단해 출연 결정을 한다. 배우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는다는 점에서 작은 역할이지만 배우 스스로 크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
게다가 인터넷 사용의 일반화와 드라마, 영화의 홍보 활성화는 작은 역할을 맡더라도 눈길을 끄는 연기를 한 배우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조금만 눈에 띄는 연기자라면 인터넷 상에서 갖가지 별명들이 붙으며 금방 이슈가 된다. 각 드라마, 영화의 홍보팀에서는 시청자, 관객들을 한명이라도 더 잡아끌기 위해 그렇게 화제가 된 배우들을 소개하는데 열을 올린다. 그런 배우들에게는 작품과 CF 등에서 출연제안이 이어진다.
올 초 방영돼 최고 3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끈 KBS 2TV 드라마 `추노`에서 방실방실 웃으며 절구를 찧고 있던 김해인은 곧바로 `절구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SBS 일일드라마 `세자매`에 캐스팅됐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지 않았다면 김해인이 `추노` 이후 `세자매`에 출연할 수 있었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