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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한 가지를 했다. “이번 캠프서 김태균은 3루에서 엄청난 펑고를 받을 것이다.”
김태균이 1루수라는 걸 모르는 야구 팬은 없다. 그런 그가 난데 없이 왜 3루에서 수비 훈련을 한다는 걸까. 신인 시절 3루수를 했던 김태균이다. 하지만 이젠 100kg이 훌쩍 넘는 거구의 선수가 되며 움직임이 그 때만 못하다. 만에 하나 김 감독이 김태균을 수비가 되는 3루수로 만들 수 있다면 그는 정말 신이라 불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김태균의 3루 훈련을 언급한 것일까. 우선 먼저 나온 답은 “1루 수비 능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3루수 김태균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태균 이전에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우타 거포 김경기(현 SK 수석코치)가 주인공이다.
‘김경기’ 하면 인천을 대표하는 거포로 1루수로 골든 글러브를 받은 바 있다. 그에겐 1루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김경기는 태평양 입단 첫 해인 1990시즌을 앞두고, 1루 보다는 3루에서 수비 훈련을 더 많이 했다. 그리고 경기 막판 대거 선수 교체로 필요한 순간이 오면 3루수로도 실제 나섰다. 당시 태평양 감독이 바로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그 때 김경기가 3루 훈련을 하며 수비력이 많이 좋아졌다. 그 때 해 둔 훈련 덕에 간혹 연장 갔을 때 3루에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기를 단순히 힘 좋은 거포로만 기억하고 있다면 조금은 수정을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3루수로서도 쏠쏠한 능력을 보여줬다. 1998년은 스캇 쿨바와 1루와 3루를 함께 맡으며 인천 연고팀 첫 우승(당시 현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이런 변화를 코치들이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치들과 첫 만남에서 “밖에서 사람들이 한화 선수들 못한다고 손가락질 할 때 코치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난 선수 때 잘했다고 못 하는 선수 무시만 하는 건 책임 방기다. 밖에서 봤을 때 한화 코치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을 한심하게만 생각하는 듯 보였다. 선수가 안되는 건 내 탓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코치가 부끄러워야 한다”고 못 박은 뒤 “그냥 잡을 수 있는 공만 계속 펑고를 쳐 주는 건 아무 의미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하는 건 노동이지 훈련이 아니다. 30cm를 더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계속 공을 보내 결국 그 30cm를 더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코치들이 더 단단히 각오하고 캠프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