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법원에 의해 무슬림 7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좌절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른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요 대도시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 수백명을 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체류자 300만명 추방을 공약을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중앙정부 차원의 단속으로 이민사회는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ICE가 이번주 애틀랜타와 뉴욕, 시카고, 로스엔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수백명을 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작전은 지난 6일부터 시작돼 10일 정오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ICE 단속반이 불법체류자들의 집과 직장을 급습해 현장 체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정부 관리들은 통상적인 법 집행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내 이민자 사회는 추방작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큰 불안감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실제 잇단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무슬림 7개국 국민에 대한 한시적인 입국금지와 기존 비자 취소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때를 같이 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루 코레아(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날 이민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이런 행동은 공포를 키우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면서 우선 체포대상, 앞으로의 단속계획 등 10개 질문을 제출했다. 멕시코 외교부도 지난 9일 낸 성명에서 미국에서 추방된 멕시코 여성 과달루페 가르시아 데 라요스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내) 모든 멕시코인은 조심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