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탁상공론' 혁신위, 오히려 체육계 발목잡나

  • 등록 2019-06-21 오후 1:48:26

    수정 2019-06-21 오후 1:48:26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문경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체육계 개혁’이라는 큰 책임을 안고 지난 1월 공식 출범한 민관합동 스포츠혁신위원회가 5개월 만에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 시작했을때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5개월여 동안 활동 후 내놓은 두 차례 결과물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지난 4일 발표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2차 권고안은 ‘엘리트 체육 교육 시스템’이다. △정규 수업 후 훈련 실시 △주말 대회 참여시 출전일수만큼 학생·선수·지도자 휴식 보장 △혹서기·혹한기 대회 개최 및 훈련 최소화 △합숙소 전면 폐지 및 원거리 학생만 제한적인 기숙사 허용 △학부모의 비공식적인 비용 갹출 지원 금지 △학교 운동부 지도자에 대한 불법 찬조금 금지 등의 구체적 내용이 들어 있다.

학교 체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체육 현장과 너무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중 대회 금지, 소년 체전 폐지, 정규 수업 후 운동,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 등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체육인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과 비유하면 최소한 다음에 또 소를 잃지 않기 위해 빈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아예 외양간을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혁신위 2차 권고안이 발표된 뒤 체육인들은 발끈하고 있다.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협회 등 체육인들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스포츠현장의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수정, 제안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주중 대회 금지, 특기자 제도 수정, 운동부 합숙소 폐지, 소년체전 폐지 등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재논의를 할 것으로 주장했다. 체육인들은 “후속조치로 모든 스포츠인들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혁신위 2차 권고안의 전면 재검토를 위한 대한민국스포츠인들의 결의대회 및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는 권고안 발표 전부터 예상된 부분이었다. 회의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뒤늦게 진천 선수촌을 방문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단 몇 시간 동안 선수들 훈련하는 모습을 본다고 해서 체육계를 완전히 이해하기 만무하다. 그나마도 일회성이다.

체육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종목과 구성원에 따라 특징이 천차만별이다. 그런 복잡한 체육계의 다양한 개성을 무시하고 몇 마디 권고안으로 개혁하겠다는 자체가 난센스라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혁신위 운영이다. 공명정대한 체육계 발전을 위해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는 혁신위가 일부 인사에 의해 독선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계 안팎에선 혁신위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만난 혁신위 관계자로부터 ‘혁신위가 답안을 정해 놓고 가는 듯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부 소통이나 토론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혁신위를 주도하는 인물이 정해져있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육인을 대표해 혁신위에 포함된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은 최근 혁신위 회의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문경란 위원장 뒤에 안민석 국회의원이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안민석 의원은 현 정부 체육정책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이 당선되는데도 적극 지원했다.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문에 나오는 내용은 물론 단어조차 안민석 의원이 주도하는 스포츠개혁포럼에서 나온 내용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혁신위가 안민석 의원과 스포츠개혁포럼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민주주의적 가치 실현을 위해 비민주주의적 방식이 동원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체육계에서는 지금 혁신위가 ‘전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문경란 위원장이 ‘안민석’의 페르소나가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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