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가상세계로 넘어갔다

가상은 현실이다
주영민|352쪽|어크로스
  • 등록 2019-07-17 오전 5:04:00

    수정 2019-07-17 오전 5:04: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가상과 실재가 뒤섞인 세상.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은 물론, 정치·경제·사회 같은 실재를 지배한다. 이제 사람들은 오프라인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가상에서 더 많이 소통하고, 인공지능의 추천을 받아 무엇을 먹을지, 볼지, 살지를 선택하곤 한다. “페이스북을 국영화하려 했다”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도발적인 발언은 권력이 이미 가상세계로 옮겨갔음을 방증한다.

고작 10년새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났다. 어쩌면 후세는 우리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진 2010년대를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역사를 쪼개볼지 모른다. 마치 기원전과 기원후처럼 말이다. 기술이 만드는 가상화 흐름은 가히 ‘혁명’이라 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문명을 바꿔놓았고, 지금도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 변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어렴풋이 체감하고 있는 가상화의 실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범람하면서 팔로어 수, ‘좋아요’ 수, 리트윗 수 등 숫자 몇 개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모습, 인공지능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간이 능동적으로 보고, 듣고, 살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삭제된 채 편향된 정보 속에 갇혀가는 실태를 꼬집는다.

같은 취미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알고리즘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더 배척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다. 어쩌면 이미 알고리즘의 통제 아래 길들여진 건 아닐까. 저자는 “인간처럼 사고하는 로봇에 앞서, 로봇처럼 사고하는 인간이 등장했다”며 개탄했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개인미디어를 운영하는 저자가 가상화에 관심을 가진 건 구글에서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이 작용했단다. 인간세상에 깊숙이 개입하는 인공지능의 위협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위협을 ‘일자리 감소’와 같은 단순 프레임으로 뒤바꾸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내리는 모든 판단을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란 것이다.

저자는 ‘다음 10년’은 더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점점 더 가상에 자리를 내어줄 것으로 봤다. ‘가상화 혁명’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신선한 통찰을 책 구석구석에 잘 버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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